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평가(CB)사업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지켜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KB국민카드 등 경쟁 카드사에 이어 카카오뱅크, 네이버파이낸셜과 같은 핀테크 전문기업까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에 잇따라 진출하며 신한카드가 차별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8일 신한카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허가를 받은 뒤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은 카드가맹점 매출과 상권 분석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의 신용점수를 산정하고 금융기관에서 유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업이다.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등 영향으로 자금 수요는 늘어난 반면 금융거래 실적이 부족하거나 담보를 잡기 어려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한카드가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 신용점수를 활용하면 대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는 4월 금융위에 신청한 신용평가업 허가를 받은 뒤 SK텔레콤 등 제휴사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점수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용평가 활용처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가 신한카드를 포함해 KB국민카드, 한국신용데이터 등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허가를 신청한 기업에 승인을 내리기 시작한다면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카드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서비스는 2019년 금융위에서 사업화에 필요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거나 면제해주는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돼 가장 먼저 상용화됐다.
금융업계 최초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업에 진출하며 당분간 독점적 시장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여러 고객과 제휴 금융기관을 확보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카드사와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기업 등 신한카드의 경쟁사들은 하반기로 예상되는 금융위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승인을 계기로 신한카드를 추격하는 데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이미 신한카드를 뒤따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운영해 왔고 BC카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와 매출 분석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한국신용데이터 등 핀테크기업과 손잡고 전업 신용평가사의 대주주로 참여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에 공격적 진출을 예고했다.
네이버파이낸셜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를 위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는 등 IT기업의 데이터 역량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업 진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임영진 사장은 경쟁사 공세에 맞서 신한카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서비스를 차별화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통한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에 선정된 배달기사 등 플랫폼기업 소속 노동자 지원서비스를 개인 신용평가사업과 연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신용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배달앱 등 플랫폼기업의 데이터를 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과 GS리테일, 홈플러스, 다날과 코리아크레딧뷰로 등 신한카드가 주도하는 데이터 협업체 참여기업들이 활발하게 신한카드와 데이터를 공유하기로 한 것도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통신서비스와 물품 납품 등으로 개인사업자와 거래가 많은 기업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다수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가 개인고객 약 2500만 명, 개인사업자 약 440만 명을 고객으로 보유한 카드업계 점유율 1위 기업이라 가장 많은 고객기반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데이터사업에 유리하다.
특히 핀테크기업 등은 카드매출과 같은 중요한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아 카드사들과 신용평가업에서 직접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카드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서비스에 활용하는 데이터의 양과 질 측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시장을 선점해 경쟁우위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신용평가 전문기업과 협업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서비스를 구축한 경쟁사들과 달리 신한카드가 자체적으로 신용평가와 데이터 분석기술을 개발해 서비스를 상용화하도록 했다.
데이터기술 역량을 확보해둔 만큼 신용평가서비스를 통해 거두는 수수료 등 수익을 독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냈고 시장 변화에도 더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자영업자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개인사업자들에 신한카드의 신용평가서비스를 적극 홍보해 신규고객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는 임 사장이 신한카드의 새 성장동력으로 앞세우고 있는 여러 데이터사업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에 기여할 수 있고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적 수혜로 성장 전망도 밝은 분야로 꼽힌다.
금융소외계층이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를 이용하면 대출 등 금융지원을 받기 쉬워지는 만큼 임 사장이 갈수록 강조하는 신한카드의 ESG경영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앞으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서비스를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외국인과 사회초년생, 전업주부 등 금융정보가 부족한 여러 계층에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