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상장을 발판으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이른바 ‘3N’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낸다.
다만 상장 과정에서 제기된 한 게임에 치우친 매출 의존도와 중국 리스크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
21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크래프톤이 코스피에 상장되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앞지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시장의 기업가치 평가지표 가운데 하나다. 이를 고려하면 크래프톤도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에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코스피 상장을 위해 전체 1006만230주를 공개모집하면서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을 45만8천 원에서 55만7천 원으로 결정했다.
상장 예정주식 수에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을 적용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23조392억 원, 최대 28조193억 원에 이른다.
넥슨은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됐는데 21일 기준 시가총액 22조4천억 원 정도로 집계됐다. 코스피 상장사인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18조 원,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11조6천억 원 정도다.
크래프톤이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장기 흥행을 바탕으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에 버금가는 실적을 거둬왔던 점이 시장의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610억 원, 영업이익 2272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넥슨(9277억 원), 엔씨소프트(5125억 원), 넷마블(5704억 원)보다 적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엔씨소프트(567억 원)와 넷마블(542억 원)을 크게 웃돌면서 넥슨(4551억 원)의 뒤를 쫓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5월에 글로벌 누적 가입자 수 3천만 명을 넘어서면서 실적을 뒷받침했다. 배틀그라운드 PC온라인과 콘솔(게임기기) 버전도 전체 7500만 장 이상 팔렸다.
크래프톤도 이번 상장으로 모은 공모자금을 기반 삼아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크래프톤은 새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배우 마동석씨 주연의 배틀그라운드 세계관 단편영화를 발표하는 등 게임 외의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다만 크래프톤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확실하게 제치려면 수익원 다변화와 중국 리스크 해소 등의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매출의 80%가량을 배틀그라운드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PC온라인게임 엘리온을 내놓으면서 수익원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눈에 띄는 매출 증대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매출의 상당부분을 중국에서 거둔 것으로 파악되는 점도 잠재적 위험요소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2020년 기준 해외매출의 85%를 아시아에서 냈다. 크래프톤이 국가별 매출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이 아시아 매출의 상당부분을 중국에서 거뒀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크래프톤은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2018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중국에 냈지만 판호(판매허가)를 받지 못해 2019년 5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비슷한 모바일게임 화평정영을 내놓았다.
그동안 크래프톤은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별개의 게임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크래프톤이 상장 준비과정에서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연관성을 인정하면서 아시아 매출 상당부분이 화평정영과 관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중국 게임시장의 불확실성 관련 위험’ 항목을 통해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게임 화평정영에 기술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청소년의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미성년자보호법 개정을 준비하는 만큼 화평정영에 불똥이 튈 수 있다. 화평정영을 둘러싼 우회 판호(판매허가) 발급 논란이 불거진다면 크래프톤의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크래프톤도 증권신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게임 규제가 확대되거나 현지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사업과 재무상태,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인도와 갈등을 빚으면서 텐센트가 운영하던 현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가 중단되는 바람에 크래프톤이 직접 서비스를 준비해야 했던 선례도 있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외의 게임 지식재산 확보에 열을 올리는 데도 중국 리스크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현재 사격게임 썬더티어원과 공포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향후 사업범위를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