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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생명도 실손보험 판매 중단하나, 4세대 출시 앞서 포기 잇달아

김남형 기자 knh@businesspost.co.kr 2021-06-14 16: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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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생명이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중단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ABL생명은 시예저치앙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으로 매각과 지배구조 관련 우려를 덜면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실손의료보험을 포기할 수도 있다.
 
ABL생명도 실손보험 판매 중단하나, 4세대 출시 앞서 포기 잇달아
▲ 시예저치앙 ABL생명 대표이사 사장.

14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7월 4세대 실손의료보험 도입을 앞두고 ABL생명도 실손의료보험 판매 중단대열에 합류할지 시선이 모인다. 

ABL생명이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중단하면 17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동양생명, 흥국생명 등 6곳만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게 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된다.

라이나생명과 오렌지라이프, AIA생명 등은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일찌감치 실손의료보험을 포기했다. 2017∼2018년에는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DB생명, KB생명 등이 잇따라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부터 실손의료보험 취급을 멈췄다.

손해보험사는 기존에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중단했던 악사손해보험(2017년), 에이스손해보험(2013년), AIG손해보험(2012년) 등 3곳을 제외하고 7월1일부터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판매를 전환한다.  

ABL생명 관계자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할지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에 7월1일 출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새 상품 판매를 위한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ABL생명은 다음달부터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잠정중단하게 된다.

7월1일부터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교보생명은 7월 안으로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출시하지만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ABL생명이 실손의료보험시장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ABL생명이 지배구조 관련 위험을 털어내고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실손의료보험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ABL생명은 2016년 말 독일 알리안츠그룹에서 중국 안방보험(현 다자보험)으로 인수됐다. 2017년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부패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되면서 중국 금융당국은 안방보험과 그 계열사들의 주요 자산을 주요 대형 국유기업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새 법인인 다자보험에 넘겼고 안방보험은 지난해 하반기에 법인이 청산됐다.

이 과정에서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매각 가능성이 수차례 불거졌는데 올해 3월 안방보험이 청산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인선에서 시예저치앙 ABL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뤄젠룽 동양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중국 당국이 ABL생명 등을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시장의 우려를 일정부분 불식시킨 셈이다.

ABL생명은 2019년 순손실 286억 원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가 지난해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올해 1분기 순이익은 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14억 원보다 소폭 줄어든 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은 실손의료보험은 손을 뗄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으로 꼽힌다. ABL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계약 수도 단체계약을 포함해 11만4천 건에 불과한 만큼 판매를 중단하는 데 부담도 적다.

지난해 말 기준 ABL생명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25%로 집계됐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가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이 주력상품 가운데 하나인 손해보험사와 달리 생명보험사는 적자투성이의 실손의료보험을 끌어안고 갈 이유가 적다"며 "ABL생명이 실손의료보험을 포기한다면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보험사들도 판매 중단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은 2009년 10월까지 판매된 1세대 '구 실손의료보험'과 2017년 3월까지 시판된 2세대 '표준화 실손의료보험', 이달 말 판매가 종료되는 3세대 '신 실손의료보험'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구 실손의료보험과 표준화 실손의료보험은 보험료가 다소 비싸지만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고 갱신 주기가 길다. 반면 신 실손의료보험은 자기부담금이 높아진 대신 보험료가 저렴하다. 

7월1일부터 판매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고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의 보장 범위가 크게 제한된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타지 않았다면 다음해 보험료가 5% 할인되지만 반대로 비급여 보험금이 300만 원을 넘으면 보험료가 네 배 수준까지 오른다.

진료비 자기부담 비율도 상향됐다. 급여부문 자기부담률은 10~20%에서 20%로, 비급여부문 자기부담률은 20~30%에서 30%로 높아진다. 비타민, 영양제 등 비급여 주사도 약사법령상 허용될 때만 보장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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