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구도가 여전히 불확실한 그룹들이 꽤 많다. 한진그룹과 신세계그룹, 대상그룹, 웅진그룹이 대표적이다.
◆ 한진그룹, 조원태로 기울어
한진그룹은 최근 들어 조원태 부사장이 경영보폭을 넓히면서 경영권 승계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2014년 말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으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한진그룹의 후계구도 균형은 한꺼번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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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조현민 진에어 전무. |
조 부사장은 지난해 말 한진해운신항만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조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대한항공과 한진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이 한진해운신항만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한진그룹에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계열사 이사로 모두 등재됐다.
조 부사장은 최근 대한항공 전 부문을 총괄하는 총괄부사장 자리에도 올랐다. 2013년 여객·화물영업 및 기획부문 담당 부사장으로 선임된 지 3년 만에 대한항공 전체를 아우르는 자리에 선임된 것이다.
조 부사장이 삼남매 가운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조 부사장 중심의 후계구도가 거의 확실해졌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근무시절 기내식 등 서비스부문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조원태 부사장의 총괄부사장 선임도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와 조현민 전무의 승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에서 막내인 조현민 진에어 전무도 빼놓을 수 없다. 아직 두 형제에 비해 나이가 어리지만 진에어에서 꾸준히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진에어는 특히 최근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며 저비용항공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남매가 보유한 한진그룹 지분율도 여전히 거의 차이가 없다.
◆ 신세계그룹, 남매경영 체제로 가나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는 여전히 이명희 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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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총괄사장에 비해 지분을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이 회장의 지분 향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구조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부터 정유경 사장이 백화점 사업을 총괄하면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남매경영’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에서 이전부터 이마트는 정 부회장, 백화점은 정 사장의 후계구도가 거론됐다”며 “정 사장의 승진은 백화점 부문은 정 사장의 영역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정 부회장이 마트사업을 맡고 정 사장이 앞으로 백화점사업을 중심으로 분리해 나갈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라고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에서 이마트 외에도 백화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기 때문에 사업을 분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신세계그룹에서 전략을 책임졌던 김해성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정용진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진 부회장은 정 사장보다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다양한 사업군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해 면세점, 백화점, 대형마트라는 국내 유통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중국 진출에서 실패하고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유경 사장은 백화점사업을 비롯해 패션, 화장품사업 등을 이끌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해외 유명 의류브랜드 수입을 주도하고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의 외형을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정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사업은 여전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임세령 임상민, 누가 대상의 후계자될까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이 1997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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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왼쪽) 상무와 차녀 임상민 상무. |
대상그룹이 창립 60주년을 맞는 2016년경 본격적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임 명예회장의 두 딸들 가운데 누가 경영권을 승계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상무는 현재 그룹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차녀인 임상민 상무는 전문 경영인 아래에서 기획관리본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임세령 상무가 2009년 이혼하고 대상그룹 경영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동생인 임상민 상무가 대상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임세령 상무가 경영에 복귀하고 임상민 상무는 결혼으로 해외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승계구도가 불확실해졌다.
임세령 임상민 자매가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대상홀딩스 지분만으로 따지면 동생인 임상민 상무가 36.71%로 임세령 상무(20.41%)보다 앞선다.
아버지 임창욱 회장과 어머니 박현주 부회장이 보유한 대상홀딩스 지분 3.32%와 3.87%를 임세령 상무가 물려받는다고 해도 임상민 상무의 지분이 9% 정도 더 많다.
임세령 상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2009년 2월 이혼하고 2010년부터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가 설립한 와이즈앤피 공동대표로 선임돼 경영활동에 나섰다.
임세령 상무가 2014년 12월5일부터 11일까지 5차례에 걸쳐 대상 주식 15만9천 주를 50억 원 가량에 매입하면서 자매간 후계경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 윤형덕 윤세봄, 웅진그룹 비등한 지분구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 열린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재기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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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형덕(왼쪽) 웅진씽크빅 상무보와 윤새봄 웅진 상무보. |
윤 회장이 건재하지만 71세로 고령이기 때문에 웅진그룹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 후계구도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윤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웅진씽크빅 상무보와 차남인 윤새봄 웅진(전 웅진홀딩스) 상무보는 아직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데다 나이도 각각 39세, 37세로 경영권을 이어받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이들은 2014년 3월 지주사 웅진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각 웅진씽크빅과 웅진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윤형덕 상무보와 윤새봄 상무보는 현재 웅진 지분을 각각 12.52%, 12.48%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핵심 계열사 웅진씽크빅 주식도 2.8%(98만2천 주)씩 소유하고 있다.
윤형덕 상무보는 미국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2008년 웅진코웨이에 대리로 입사한 후 2009년 과장(신상품팀장), 2010년 차장(경영전략팀장)을 거쳐 2011년 2월 부장(경영기획실장)으로 1년에 한 번씩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적극적인 업무 스타일로 아버지 윤 회장을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새봄 상무보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6월 웅진씽크빅 기획팀에 입사 했다. 2010년 웅진케미칼 경영관리팀장(과장) 등을 지냈는데 업무처리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