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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 사장(왼쪽)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 |
효성그룹도 후계자의 경영권 승계가 여전히 오리무중인 곳으로 꼽힌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삼남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경쟁적으로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조현준 사장은 효성 주식 12만6565주를, 조현상 부사장은 12만339주를 매입했다. 효성 지분은 조 사장이 13.05%, 조 부사장이 12.07%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모두 지분에서 조석래 회장의 10.15%를 넘어선 지 오래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사실상 효성의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조만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형제 공동경영이 쉽지 않은 재계의 풍토에서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효성의 경영권을 무리없이 승계할지 주목된다.
◆ 경영권 승계 임박, 조현준 한 발 앞서
조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했다. 효성은 조 회장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항소할 계획을 세웠다.
조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효성의 경영권 승계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효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조현준 사장이 일단 한 발 앞서 있다.
조석래 회장을 비롯해 조현준 사장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점이 부담이기도 하지만 효성그룹의 경영권을 조 사장이 승계할 것이라는 시각은 효성그룹 안팎에서 여전히 퍼져 있다.
조현준 사장은 전략본부장으로 그룹 경영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그룹의 주력사업인 섬유PG와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정보통신PG를 맡고 있다. 중공업PG도 조 사장이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PG장과 화학PG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다. 산업자재PG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에서 섬유PG를 약간 앞서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절반도 안 된다. 자산규모 역시 섬유PG는 물론이고 중공업PG에도 미치지 못한다.
◆ 조현상의 존재감, 독립경영 가능성
일각에서 효성그룹이 게열분리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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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상 효성 부사장. |
효성그룹은 섬유, 소재, 중공업, 화학, 건설, 무역, 정보통신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을 형제가 나눠서 물려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계열분리의 밑그림은 현재 맡고 있는 사업에 따라 그려진다. 조현준 사장이 섬유와 중공업, 건설, 무역 등 주력사업 대부분을 물려받고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와 화학부문을 들고 독립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조석래 회장도 효성을 물려받을 때 동생들과 회사를 나눴다.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장남 조석래 회장에게 그룹의 중심인 효성물산을 넘겨주고 차남 조양래 회장에게 한국타이어를, 삼남 조욱래 회장에게 대전피혁을 물려줬다.
조 회장도 주력사업을 조현준 사장에게 물려주면서 알짜 사업 일부를 조현상 부사장에게 물려주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계열분리의 전제조건은 조현상 부사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의 성장이다. 두 사람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조 부사장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계열분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성이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효성은 최근 탄소섬유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가볍지만 강도가 높아 미래산업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탄소섬유시장은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효성은 2020년까지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1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효성은 지난해 문을 연 전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거점으로 탄소섬유사업을 키워 가려고 한다. 조현상 부사장은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탄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효성은 올해 들어 화학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3천억 원을 들여 중국과 한국에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 생산공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도체산업의 정밀도가 높아지면서 삼불화질소산업은 호황을 맞고 있다. 효성은 앞으로 10년 동안 총 6천억 원을 투자해 삼불화질소 생산능력을 1만 톤까지 늘리려고 한다.
조현상 부사장은 맡고 있는 사업 외에 일부 알짜 계열사를 물려받을 가능성도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수입판매사인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효성으로부터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효성그룹 안팎에서 이를 승계구도와 연관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 효성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효성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국회에서 원샷법이라 불리는 기업활역제고특별법이 처리돼 지배구조 개편의 적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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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 사장. |
효성 오너 일가가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 2013년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처분한 뒤 급하게 지분을 늘리면서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이 81.7%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불안한 지배구조를 안정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지주회사 전환 후 배당성향을 늘려 지배력 확대를 위한 현금 확보도 가능하다.
여기에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분 처분과 교환 등이 한층 수월해져 계열분리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계열분리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들은 SK그룹과 한솔그룹 등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이 형제 또는 사촌형제간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