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걸어가는 길이 가시밭길이다. 악재 하나를 어렵게 넘기면 새로운 악재가 튀어나온다.
현 회장이 현대상선의 자구안 제출로 한숨 돌리는 듯했는데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악재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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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현대아산의 대북산업이 모두 중단되면서 현대상선을 비롯해 현대아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도 휘청했다.
현대아산은 11일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을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 개성사무소에는 23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번 설 연휴에 8명이 남아 있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안에 숙박시설인 송악프라자와 송악프라자 면세점, 한누리주유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아산이 지난해 개성공단에서 거둔 매출은 22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정기적으로 확보되는 매출은 1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연간 100억 원의 매출손실이 불가피하다.
현대아산이 그동안 개성공단 시설에 투자한 금액만 400억 원에 이른다. 현대아산은 또 LH공사와 함께 250만 평 규모의 2단계 개발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개발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앞서 정부는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정부의 발표 직후 “조속히 상황이 해결돼 개성공단이 재개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그룹은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뒤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10여 년 동안 193만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2008년 6월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으로 8년째 중단된 상태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중단으로 8년 동안 입은 매출 손실은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문을 연 뒤 2006년 1차 핵실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남북관계가 크게 악화했을 때도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강경한 태도로 나오면서 현대아산에도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현대아산은 최근까지 대북사업의 끈을 놓지 않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다려왔다.
현정은 회장도 매년 신년사를 통해 “현대아산이 남북의 화해협력과 공동번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당부했다.
하지만 대북사업은 앞으로 남북 정부가 협의를 벌여야 하는 사안인 만큼 당분간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상선도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려 있다.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도 급락하면서 현대그룹의 자구안 발표도 빛이 바랬다.
현대상선 주가는 11일 직전 거래일보다 19.57% 하락한 2445원에 장을 마쳤다. 실적 악화와 관리종목 지정에 대한 우려, 남북관계 경색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아산의 최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도 14.35%나 떨어진 4만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쳐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아산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현대상선을 구하려고 현대아산을 인수했다가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