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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권 승계자금 6조 확보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6-03 20: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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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경영권 승계자금 6조 확보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재산상속이 종착역으로 향해 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결정은 승계와 재산상속을 위해 예정된 길로 달려가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 준다. 


삼성은 3일 이재용 체제를 열기 위한 두 가지 조처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먼저 삼성에버랜드를 내년 1분기 중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6조 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할 길이 열렸다.


두 번째는 삼성전자가 삼성SDI 자사주(4.78%)와 제일모직 자사주(3.95%) 전량을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또 삼성카드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4.67%)도 모두 사들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율과 제일모직 지분율을 각각 25.16%와 8.62%로 끌어올리며 수직 계열화를 강화했다.


삼성이 지난해 말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숨 가쁘게 추진하면서 초미의 관심사는 삼성에버랜드였다. 삼성에버랜드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만큼 이재용 체제로 전환은 삼성에버랜드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의 지배구조 틀인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그룹을 지탱하는 뼈대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삼성에버랜드가 그룹의 지주사로 지목되는 까닭은 삼성에버랜드가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2대주주이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56%를 소유한 최대주주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38%라는 적은 지분만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도 삼성에버랜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특히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3세들의 지분이 가장 많은 곳이다. 따라서 향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25.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각각 8.37%를 소유하고 있다.


◆ 삼성에버랜드는 왜 상장을 결정했나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지주사격인 삼성에버랜드를 비상장사로 남길 경우 앞으로 경영승계 과정에서 계속해 투명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자산규모가 8조3천억 원이 넘지만 비상장사여서 외부 회계감사가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회사채 발행을 위해 회계법인을 선정해 감사를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전면 개정해 비상장사도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비상장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통제가 강화될 거란 얘기다.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와 합병할 경우 이건희 회장 일가가 더욱 쉽게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와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상장사 주식은 그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비상장사로 남은 상태에서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하게 되면 저가 또는 고가 매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은 이재용 체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이런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에버랜드가 비상장 상태로 삼성전자와 합병할 경우 에버랜드 주식 가격 산정이 어려워 상장 후에 합병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6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증여세를 마련해야 하는 데 삼성에버랜드 ‘상장대박’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지분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3월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했을 당시 단가가 182만 원이었고 올해 1분기 삼성전기 등 계열사가 장부에 올린 단가가 209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지분가치를 추산할 수 있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가치는 약 1조1418억 원에서 1조3112억 원이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에버랜드의 시가총액이 7조6천억 원에서 9조1천억 원 사이에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에버랜드가 가진 4개의 사업부에 대해 각각 가치평가를 하면 보수적으로 봐도 주당 가치는 305만 원에서 365만 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송 연구원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크며 기업가치 향상도 기대된다”고 했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약 1조9135억 원에서 2조29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달 8일 상장을 발표한 삼성SDS 지분까지 더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4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삼성SDS 주가는 20만 원 선에서 형성돼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가치는 1조7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자금 6조 확보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 삼성에버랜드 상장 후 지주사로 전환할까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추진을 결정하면서 증권가에서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도 설득력을 얻게 됐다.


삼성의 지주사 전환은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목된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큰돈을 들이지 않고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면 3세 지분율이 높은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현재 삼성가 3세 중에서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삼성물산과 같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이 부회장뿐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 지분 0.57%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어떻게 물려받을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설 여력은 없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이 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CLSA증권과 대우증권도 지주회사 전환을 점쳤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인적분할해 각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세우고 지주회사를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전자사업회사로 나누고 3세 지분율이 높은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삼성전자홀딩스에 현물출자하면 약 25%의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경우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생명이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는 상호출자에 묶이게 되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삼성생명은 중간금융지주사 형태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홀딩스 합병회사 아래로 들어가게 된다.


박 연구원은 삼성물산도 삼성물산홀딩스와 삼성물산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현물출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 등이 약 22%의 삼성물산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관측을 내놓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박선호 연구원은 삼성에버랜드도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시켜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홀딩스, 삼성에버랜드홀딩스가 합병하는 거대 지주사를 만들 것이라고 봤다는 점이다.


박 연구원은 통합 지주회사 설립에 앞서 지분정리 작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자사주 형태로 매입해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이 삼성물산홀딩스도 에버랜드와 합병해야 한다고 본 까닭은 삼성물산에 대한 오너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오너 일가 중에서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이건희 회장뿐인데 지분율이 1.41%밖에 안 된다. 삼성물산이 화학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기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에버랜드와 합병을 통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권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삼성이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사를 설립하게 되면 이건희 회장 일가는 하나 혹은 두 개의 지주사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다만 자사주와 자회사 지분 매입에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고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이 허용돼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물론 이런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전자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과연 주주들이 이를 용납할 것인가 하는 점도 문제라는 얘기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자금 6조 확보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 이재용 남매 확보한 7조로 이건희 지분 상속받나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으로 마련한 실탄으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지분을 상속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나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 외신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서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등 사실상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지주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이다.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은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팔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게 되면 굳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배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아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면 된다. 이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더 이상 지주사로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 부회장이 반드시 물려받아야 할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삼성전자 지분 3.38%와 삼성생명 지분 20.76%다. 지분가치는 각각 7조3286억 원과 4조2764억 원이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이 증여상속세로 내야 할 돈은 약 5조8천억 원이다. 그런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상장으로 이 부회장은 4조원 안팎의 현금을 마련하게 됐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한 실탄 마련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삼성에버랜드 지분가치는 약 6600억 원에서 7600억 원에 이른다. 또 자매가 보유한 삼성SDS의 지분가치는 6038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 둘을 합치면 자매는 최소 2조5천억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3세들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상장해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이 7조 원 정도에 이른다. 이 돈이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상속받고도 남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팔아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게 되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되고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며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 전환이란 잠재적 리스크를 안은 채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물론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9.34%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6%의 처리방안이 현안으로 등장한다.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가치는 4조 원 정도이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16조 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상속을 받는 길로 갈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자사주 매입 등의 방법으로 정리를 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을 경우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무엇보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 전까지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최대한 주가를 높여야 한다. 또 삼성물산에 대한 부족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도 리스크다. 상장에 걸리는 시간이 통상 6개월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에 최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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