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비상경영으로 조폐공사의 위기 탈출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취임 첫해부터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조폐공사가 지난해와 같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내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일 조폐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진행 중인데 조폐공사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317억4500만 원, 영업손실 141억 7600만 원을 봤다.
2019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5247억9100만 원에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4억7300만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조폐공사는 2019년에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낸 데 힘입어 지난해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2019년도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공기업은 조폐공사를 포함해 한국감정원, 한국남동발전, 한국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6곳에 불과하다.
공기업 외에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인 준정부기관 등 전체 129곳 가운데서도 A등급은 21곳에 그쳤고 S등급을 받은 곳은 없다.
경영평가는 실적과 같은 재무적 요소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자리 창출이나 혁신 등 비재무적 요소가 더 크게 경영평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19년에 영업손실 1조2765억 원을 봤음에도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018년과 같은 ‘B’등급을 유지하기도 했다.
다만 비재무적 요소에서도 조폐공사는 높은 경영평가 점수를 받기에 쉽지 않을 수 있다.
2019년도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보고서를 보면 조폐공사는 화폐제조와 같은 전통적 영역에서의 사업 축소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전자여권,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메달 판매 등 신사업 추진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신사업 추진이 힘을 잃었다.
해외여행 감소에 따라 여권 발급량은 2019년 465만 권에서 2020년 104만 권으로 크게 줄었다
메달사업과 관련해서는 한 협력기업으로부터 194억 원 정도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조폐공사는 2016년 협력기업과 10년거치 장기상환을 조건으로 거래를 맺었다. 하지만 이 기업이 지난해 금값, 환율 변동 등 요인으로 손실을 보면서 도산위기에 놓여 조폐공사가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20억 원 이상의 거래는 대표이사의 결제가 필요하지만 당시 영업의 총괄책임을 맡은 부사장이 금액을 쪼개 계약을 한 점, 사실상 현금과 같은 금을 거래하면서 10년거치 조건으로 계약을 한 점 등 문제점도 밝혀졌다.
2020년도 고객만족도에서도 최하 등급인 ‘미흡’등급을 받기도 했다. 2019년도에는 ‘우수’였다.
조폐공사의 상황을 놓고 반 사장은 올해 2월 취임한 뒤 한 달만인 3월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대응을 시작했다.
반 사장은 3월8일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조폐공사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경영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2020년도 경영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다면 당장 직원들의 사기 저하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직원들의 성과급 규모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