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실적 악화,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갈등 등으로 어수선해졌던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은 올해부터
윤열현, 편정범 사장과 함께 3인 각자대표체제를 이루고 회사체질 전환에 힘쓰고 있는데 이런 행보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18일 보험업계 따르면 1분기 교보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이 나란히 실적 개선에 성공했는데 교보생명이 특히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전날 교보생명은 1분기 영업이익 6789억 원, 순이익 4998억 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2020년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9%, 349% 늘어났다.
영업비용이 크게 감소한 데다 금리가 상승하는 등 시장환경도 우호적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특별배당에 따른 삼성생명 순이익 증가분을 제외하고 보면 교보생명의 순이익 규모와 증가폭이 보험3사 가운데 가장 크다.
교보생명은 2020년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갈등으로 어수선한 한 해를 보냈는데 1분기 좋은 성적을 내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 측은 2012년 9월 맺은 풋옵션을 포함한 주주 사이 계약과 관련해 오랜시간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3월 국제상업회의소 최종변론을 앞두고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양측은 여론전을 펼치며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재무적투자자 측은 2019년부터 신 회장의 배당금과 자택, 급여, 주식 등을 가압류했으며 3월에는 실물주식을 가압류한다며 신 회장의 집과 교보생명 본사를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2020년 4월 풋옵션 가격을 산정한 딜로이트안진과 소속 회계사들을 고발했다.
양측의 갈등은 2020년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일시적 비용을 대거 반영하며 2020년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3828억6500만 원을 내 전년보다 29.9% 급감했다.
교보생명 측은 실적 악화의 원인과 관련해 "주주 사이 분쟁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설계사 이탈 방지를 위한 특별지원 등 일시적 비용이 증가했으며 신지급여력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변액보증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한 결과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다 최종변론 이후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풋옵션 분쟁과 관련해 3월 국제상업회의소(ICC) 최종변론을 마치고 9월경 나오게 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초 검찰이 교보생명 측의 고발내용을 일부 받아들여 어피니티 측을 기소하면서 교보생명이 풋옵션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는 시선도 나온다.
신 회장은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다잡고 올해부터 2인 각자대표체제를 3인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하는 등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교보생명은 신 회장과
윤열현 대표이사 사장이 각자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신 회장은 3월부터 편정범 교보생명 채널담당 부사장을 보험사업담당 대표이사로 추가선임하고 보험사업과 디지털 전환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겼다.
3인 각자대표체제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와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모두 잡는 양손잡이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신 회장은 향후 5년 동안의 목표를 담은 비전 선포식을 열고 교보생명을 '보험, 그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문화·금융 선도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걸기도 했다.
신 회장은 4월28일 교보생명 본사에서 '비전 2025 선포식'을 열고 "기존 보험사업을 초월해 금융투자와 예술문화사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문화와 금융을 아우르는 독창적 고객경험과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예술문화적 역량과 경험, 데이터가 풍부한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한 차원 높은 금융투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증권과 자산운용, 자산신탁 등 관계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