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시장 성장에 따른 전기차배터리 수요 증가로 배터리 제조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배터리 소재 공급부족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진적 배터리 가격 하락, 전기충전소 인프라 확대 등으로 전기차 보급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다"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장치산업이라는 배터리사업의 특성상 안정적 소재 공급처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기업들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요 완성차기업들은 배터리 수급 안정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배터리를 내재화하겠다는 전략을 앞다퉈 펴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배터리기업들도 배터리소재 내재화율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시장 규모는 지난해 480만 대에서 매년 20% 이상 성장해 2030년에는 4천만 대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전기차배터리에 쓰이는 배터리소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 연구원은 "세계 배터리소재기업들의 생산능력을 고려해 보면 앞으로 배터리소재 수요 전망치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학철 부회장이 양극재 이외의 다른 주요 배터리소재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점은 배터리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LG화학은 4월28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배터리소재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기존 사업 외에 다른 소재의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합작법인(JV) 설립이나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배터리사업을 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를 중국업체와 다투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시장 선도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 소재 조달 확보를 위한 배터리 수직계열화가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 경쟁력을 넘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에서는 배터리기업의 수직계열화체계 구축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신학철 부회장의 내재화를 통한 배터리 수직계열화의 다음 단계는 양극재에 이어 분리막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4대 핵심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이 꼽힌다.
LG화학은 배터리소재 분야에서만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하고 있는데 모집분야를 놓고 양극재와 함께 분리막을 특정하기도 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LG화학이 LG전자의 국내외 배터리 분리막 공장을 인수할 것이라는 시선도 늘고 있다.
LG화학이 분리막사업분야에서도 대규모 인력충원을 통해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데 LG전자의 분리막공장을 인수한다면 생산설비도 바로 갖출 수 있다.
LG전자는 전자소재 생산에 강점이 있는데 2009년부터 LG화학이 보유한 분리막 관련 특허기술(안정성이 우수한 고강도 분리막 SRS)을 바탕으로 충북 청주와 폴란드 공장에서 분리막을 생산해왔다. 다만 LG전자의 구체적 분리막 생산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LG화학 관계자는 "분리막사업에서는 우선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이다"며 "배터리소재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LG전자 분리막공장 인수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사업 수직계열화 강화에 앞서 기존 사업인 양극재 세부품목에서 먼저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4월 여수에서 국내 최대 규모 탄소나노튜브(CNT)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양극재 안에서 리튬이온의 전도도를 높여 배터리 효율을 향상하는 양극 도전재에 사용된다.
LG화학은 탄소나노튜브의 원재료 에틸렌에서부터 탄소나노튜브, 양극재까지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양극재 내재화율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 증설에도 나선다.
LG화학은 배터리사업에서 양극재 내재화율 30%를 보이고 있는데 향후 양극재 내재화율을 5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을 지난해 4만 톤에서 올해 8만 톤, 2025년에는 26만 톤까지 확대한다.
양극재와 분리막은 배터리 원가에서 각각 30~40%, 15~20%를 차지한다. 양극재와 분리막으로 배터리소재를 내재화해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구축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신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LG화학의 다음 성장동력으로 배터리소재를 꼽으며 "다양한 전지재료사업분야의 역량과 자원을 하나로 모으고 고객 또는 기술 선도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빠르게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