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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과 지휘자는 플레이어(선수 또는 연주자)의 최고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 ||
대한민국 남성은 모두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남성들에게 국가대표축구팀의 A매치 경기는 항상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월드컵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거리가 모두의 축제의 장이 되곤 한다. 물론 평소에 축구장보다 야구장이 더 붐비지만 말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야구를 즐겨 보지만 국가대표팀의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항상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TV 앞에서 마음 졸이며 보곤 한다.
94년 미국월드컵에서 현 국가대표팀 감독 홍명보가 터트린 기가 막힌 두 골이 스페인과 독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결승전에서는 꽁지머리 로베르토 바지오가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그 이후 필자에게 축구는 음악 그 다음으로, 아니 음악과 거의 동급으로 취급되는 아주 중요한 것이 됐다. 성인이 되어 TV시청의 자유가 보장된 필자가 2002년 월드컵 이후 벌어진 세 번의 월드컵에서 단 몇 경기를 빼고는 모든 나라의 거의 전 경기를 시청했다면 믿으시려나 모르겠다.
팀 스포츠의 감독을 흔히들 지휘자에 비유하곤 한다. 이것은 꽤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경기는 선수가 하지만 전술과 작전, 선수선발, 선수기용에 관한 권한이 다 감독에게 있고 그 결과에 따른 모든 책임은 결국 감독이 지기 때문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필자가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지만, 지휘자는 악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결국 연주는 연주자가 해 주어야 한다. 지휘자는 최고의 연주를 위하여 지휘봉을 열심히 흔들던지 리허설을 많이 하던지 해서 어떻게든지 연주자들로 하여금 최고의 소리를 낼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한다.
축구나 야구도 마찬가지 아닌가. 감독은 상대팀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전술을 완성해야 한다. 또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 혹은 전술에 맞는 선수를 골라서 그 경기의 라인업을 짜야 한다. 감독은 이밖에도 경기 도중 선수교체나 작전변화를 통하여 결국 승리를 가져와야 한다.
감독이 승리를 위한 최선의 전술을 생각해냈다 하더라도 결국은 감독이 생각한 전술대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여 주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이다.
감독은 경기에 사용할 전술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킬 때 모든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결국 지휘자가 감독이고 감독이 지휘자다. 아, 지휘자와 감독의 공통점이 또 있다. 알면 알수록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욱더 어려워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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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스 히딩크 2002년 월드컵 한국대표팀 감독 | ||
필자의 지휘 초년병 시절, 지휘자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하여 고민하던 중 한 사람을 주목하게 되었다. 바로 그 유명한 ‘거스 히딩크’였다.
그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당시 사실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약간의 침체기였다. 그는 월드컵 개최국 감독이라는 메리트로 팀을 맡아 2001년 프레월드컵 형식으로 열렸던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패하는 등 전패했다. 또 체코와의 원정경기에서도 0:5로 참패하여 ‘오대영’이라는 달갑잖은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자신의 신념대로 팀을 완성하여 마침내 월드컵 4위라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하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그의 리더쉽이 생생히 녹아 있는 어록들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16강이 확정된 직후 ‘난 아직도 배고프다’며 선수들의 긴장이 풀어지지 않도록 독려했다던가, 월드컵을 50일 남기고 ‘한국의 16강 가능성은 50%다. 하지만 오늘부터 1%씩 줄여나가겠다’라고 했던 이야기는 그냥 그의 화려한 입담으로 가볍게 넘기기에 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또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강팀과 평가전을 추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대표팀의 강점이 체력이라는 시선이 많았는데 한국대표팀의 최대 약점이 체력이라는 판단 하에 모두의 우려 속에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병행했다. 그런 노력 결과 그는 월드컵 내내 대한민국 대표팀이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을 유지하여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하게 만들었다.
그는 아무리 명망 높은 선수라도 자신의 전술이나 축구신념에 부합하지 않으면 과감히 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알려지지 않았던 박지성이나 김남일 등의 신예를 과감하게 발탁하여 자신의 전술에 화룡정점을 찍었다. 그는 스타플레이어인 안정환이나 최고참이었던 홍명보와 황선홍마저 자신의 룰에 맞추어 팀에 녹아들도록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감히 이름을 잘 부르지도 못하던 선후배간의 상하관계를 없애기 위하여 식사를 항상 함께 하게 하고 경기장에서 존칭 빼고 이름만을 부르게 하는 등의 서로간의 소통을 통한 하나의 팀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당시 세계축구의 흐름이었던 4백수비를 시도하다가 선수들이 효과적으로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자 과감히 버리고 한국에 가장 맞는 3백을 성공적으로 사용하여 결국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지 않았는가.
축구기사 같은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리더들,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에게도 정말 필요한 최고의 리더쉽이라고 생각한다.
지휘자에게 수십여 명에서 백 명이 넘는 단원들이 최고의 연주력으로 하나의 소리를 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는 일단 하나의 소리를 위하여 단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음악적 신념은 절대로 굽히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단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최고의 지휘로 표현하고 그것을 위한 치열한 연습을 거쳐야 한다.
물론 치열한 연습이라고 해서 단원들을 억누르거나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가라는 것은 아니다. 히딩크가 보여준 것처럼 아무리 힘든 훈련이라도 선수들이 웃으면서 즐기며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능수능란한 리허설 테크닉을 가지고 있는 지휘자라면 단원들은 무대 위에서 최고의 연주로 응답할 것이다.
이달 히딩크의 제자인 홍명보 감독이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가 되주길 기대한다. 그래서 그가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국민들에게 최고의 결과물로 응답하기 바란다.
|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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