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석 기자 yongs@businesspost.co.kr2021-04-23 17: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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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항기 관리부문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매각 관련 업무에서 김형 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짐을 덜어주고 대우건설의 매물가치를 높이며 매각을 완수하는 핵심역할을 맡게 됐다.
23일 대우건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항기 관리대표 선임과 김형 대표이사 연임은 6월1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후 임시이사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 정항기 대우건설 관리대표 내정자.
정항기 내정자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가 된 뒤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2019년 8월 대우건설에 들어왔다.
정 내정자가 들어온 이후 대우건설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돼 매물로서 매력이 많이 높아졌다.
정 내정자은 재무 전문가로 대우건설의 재무 안정성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부채 관련 지표를 크게 개선해 앞으로 금융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 내정자는 2020년 말 기준으로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자본총계 대비 부채총계 비율)을 2019년보다 42%포인트 낮은 247.6%까지 감소시키는데 공을 세웠다. 부채비율이 200%를 다소 웃돌지만 2016년 대규모 해외손실로 381.7%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나아진 수치다.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해 현금창출을 통한 추가 투자여력도 확보했다.
2020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보면 지난해 영업활동을 통해 4084억 원의 현금을 창출했고 순현금유출 3097억 원을 나타낸 2019년과 비교해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8065억 원을 확보하며 1년 만에 2262억 원을 곳간에 더 채워넣었다.
정 내정자는 이러한 성과를 통해 KDB인베스트먼트의 신뢰를 얻은 만큼 대우건설 매각까지 계속 매각 관련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재무 건전성을 크게 개선한 내부의 재무전문가를 관리대표에 앉히고 김형 사장에게 사업대표 역할을 맡겨 매각 관련 업무를 덜어주는 것이 조직 안정성을 추구함과 동시에 매물가치를 높이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3일 “매각이 본격화되면 정항기 관리대표 사장이 관련 사항에 집중하고 김형 사업대표 사장은 사업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내정자는 금융업과 건설업에서 모두 잔뼈가 굵은 경영인이다.
그는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카드에서 일했고 현대캐피탈 이사를 지낸 뒤 2008년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증권에서 경영기획본부장, 채권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사모펀드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에서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사모펀드에서 겪은 기업 인수합병(M&A) 경험으로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때 대우건설 내부에서 최고적임자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르기 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건물용 기계와 장비 설치공사업을 하는 선진콘트롤엔엑세스 대표이사를 지내며 건설기업을 직접 경영했다. 선진콘트롤엔엑세스는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공사현장에서 협력관계로 하도급 공사를 맡기도 했다.
정 내정자는 내부에서 승진해 관리대표를 맡았지만 노조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 내정자는 2년 전 KDB인베스트먼트의 인수 이후 들어온 외부인사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KDB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의 경영간섭으로 경영진 분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단순히 숫자만 보고 틀어쥐는 사람보다 건설업을 잘 아는 내부출신을 대표로 선임해야 한다고 계속 목소리를 내왔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인사와 관련해 “노조와 아무런 논의도 진행된 것이 없다”며 “26일에 이번 인사와 관련된 입장을 정리해 내놓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경영진이 하나의 유기체가 아닌 CEO, CFO, 미래전략의 3파로 분열돼 제각각 움직이는 구조를 갖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2019년 11월 조직개편을 단행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본부를 강화했다.
기존 재무관리본부와 조달본부에 인사관리지원본부 등도 이관해서 관리조직을 모두 재무담당 산하로 통합했다. 사실상 정 내정자가 관리조직까지 지휘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