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관련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2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 등 피고인 11명의 첫 공판을 열었다.
최 전 부회장 등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기 위해 삼성물산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를 위해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허위 호재를 공표했다는 것이다.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주요 사안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본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에 출석해 재판부의 질문에만 짧게 답변했으며 변호인들과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현 직업이 삼성전자 부회장 맞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는 물음에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주주들에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돼야 했던 만큼 피고인들은 사익을 목적으로 유리한 시점을 선택했을 뿐 사업적 효과는 합병의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며 “이에 삼성물산과 주주들에 손해가 야기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은 합병이 없었다면 잠재적 부실과 건설업 불황으로 주가가 하락해 법인은 물론이고 주주들에게도 더 불리했을 것이다”며 “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단순해져 경영권을 안정화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주가조작 혐의도 실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피고인들이 일부러 삼성물산의 해외실적을 축소해 회사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의심 아래 수사를 시작했지만 공소장에는 이런 내용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단지 의혹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은 애초에 3월25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충수염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공판기일이 미뤄졌다.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이재용 피고인의 상황을 참작해 기일을 연기해 준 덕분에 피고인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회복 중이다”며 감사의 뜻을 보였다.
이에 앞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교환하는 합병을 진행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합병 전 제일모직 지분 23.2%를 들고 있었다. 합병 뒤에는 삼성물산 지분율 16.5%를 보유해 삼성전자를 향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