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세를 불법으로 조종해 개인투자자들에게 1400억 원대의 손실을 끼친 한국도이치증권 임원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 한국도이치증권 상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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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2010년 '옵션 쇼크' 사태를 일으킨 박모 한국도이치증권 상무에 대해 25일 징역 5년을 선고하고 한국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에도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도이치증권에는 벌금 15억 원과 추징금 11억8336만 원을, 도이치은행에는 추징금 436억9537억 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박 상무가 도이치은행 홍콩지점과 공모해 코스피 장 마감 10분 전에 190여 개 종목에 대한 매도 주문을 내고 코스피200 지수를 크게 떨어뜨리는 등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도이치증권에 대해서도 박 상무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상무와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직원들이 일으킨 ‘옵션 쇼크’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증시 전체에 큰 충격을 준 점에서 엄벌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옵션 쇼크 사태는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이 2010년 11월11일 코스피 장 마감 직전에 2조44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한 사건이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2.99%나 떨어졌다.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은 당시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풋옵션을 사전에 사들였다가 나중에 행사했다. 이를 통해 도이치은행 등은 448억 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반면 코스피 투자자들은 14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데렉 옹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직원 등 외국인 직원 3명이 주도했다. 박 상무는 한국거래소에 사전보고를 늦게 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도왔다.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직원들은 박 상무와 함께 기소됐지만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범죄인을 인도받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 등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지만 아직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션 쇼크 사태로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와 국내 금융기관도 현재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대상으로 10여 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2800억 원에 이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대상으로 KB손해보험 등 금융기관 5곳에 280억 원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를 확정했다.
법원은 국민은행에서 제기한 7억 원대 소송에서도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의 배상책임을 100% 인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