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1-04-09 14: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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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이 소상공인 지원책을 '공식 1호 결재'로 선택했다.
실현가능한 것부터 먼저 챙긴 것이다. 하지만 지역화폐 '동백전' 사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후속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 박형준 부산시장.
9일 부산시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박형준 시장은 동백전 운영대행사 교체로 이용자들이 새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불편사항이 제기되고 있어 이 문제의 해결에 힘쓰고 있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대안화폐로 주로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발행된다.
이용자들은 지자체에 따라 할인을 제공받을 수 있고 소상공인들은 카드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다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동백전은 KT가 운영 대행사로 선정돼 2019년 12월30일 처음 나온 부산시의 지역화폐다. 2020년 1조2400억 원이 발행돼 경기와 인천에 이어 전국 세 번째 발행액을 보였다.
박 시장은 8일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뒤 동백전 발행규모를 2조 원으로 늘리고 개인별 캐시백 한도도 현재 3만 원에서 6만 원까지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상공인 지원책을 시장으로서 제일 먼저 결재했다.
박 시장이 결재한 소상공인 지원대책에는 지역화폐 확대 지급과 함께 △소상공인 융자지원 강화 △소상공인 전용스튜디오 구축을 통한 콘텐츠 제작 △소상공인 B2B(기업 사이 거래) 플랫폼 운영 △소상공인 온라인비즈니스 역량지원 등이 포함됐다.
부산시는 지역화폐 동백전을 골목상권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쓴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돌려준다. 30만 원을 쓰면 3만 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셈이다. 이번에 돌려받는 돈의 최대한도를 월 6만 원까지로 늘린다.
그런데 이번 지원대책의 핵심인 동백전 지급을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동백전사업을 운영대행사가 KT에서 코나아이로 바뀌었지만 이용자 불편과 수수료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동백전 운영대행사가 교체될 때부터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부산시는 당시 기존에 쓰던 체크카드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용자들은 동백전을 구매해 시중은행 계좌에 넣은 뒤 부산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에서 발행한 체크카드를 통해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월5일 동백전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부산시의 설명과 달리 새로 신규카드를 발급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동백전서비스는 3월31일~4월5일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 또한 애초 설명과 다르다.
부산시는 기존 애플리케이션 종료와 동시에 신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원정보, 충전액, 캐시백, 사용이력 등 최종 데이터를 이관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특히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새로 체크카드도 발급 받아야 하면서 시민들 사이에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새 카드를 받지 않으면 기존에 충전해 둔 동백전은 사용할 수 없다. 내 돈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동백전 가입자가 9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90만 장의 카드를 새로 발급해야 하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9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앞으로 한 달 안에 새 카드를 발급받지 않고도 기존 체크카드로 동백전을 쓸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동백전 지급을 둘러싸고 이처럼 불편이 가중되자 운영사 코나아이가 일부러 자체 선불카드 이용률을 높이려 신규카드를 발급받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다. 기존 3개 은행의 체크카드로 사용하던 것을 코나아이의 선불카드로만 써야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2월에는 운영대행사 심사 과정에서 특정위원이 코나아이에 64.5점을 부여하고 KT에 22.5점을 줘 논란이 있었다. 이에 KT는 부산시를 상대로 동백전 운영자 교체 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부산지법은 8일 이를 기각했다.
박 시장이 이런 문제들을 매듭지어야 한다. 단순히 발행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불편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8일 비대면으로 열린 제38대 부산광역시장 취임식을 통해 “임기는 1년3개월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부산이 혁신의 길을 가고 시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