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이 동생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과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다툼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면서 조현범 사장을 압박함과 동시에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을 통해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늘릴 가능성에 매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현식 부회장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으며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이날 오전 열린 핵심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현범 사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됐고 직접 추천한 사외이사도 선임됐다. 

하지만 지주사 주주총회에서 조현범 사장과 비교해 지분율이 낮은 조현식 부회장의 뜻이 관철돼 조 부회장이 판정승을 거둔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직을 걸기도 했는데 앞으로의 거취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직접 추천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한국앤컴퍼니의 감사위원으로 합류한 만큼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원은 회사의 경영진을 감사하고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는 권한도 지녔다. 

그런 만큼 조현식 부회장으로서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조현범 사장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은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점 사장의 경영권 분쟁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부회장은 조 사장과 비교해 보유지분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데 조 회장의 성년후견 심판결과에 따라 과거 조 회장이 조 사장에게 넘겼던 지분을 되돌릴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은 성년가사조사를 마친 상태다. 앞으로 법원은 조 회장의 신체감정과 당사자 심문 과정을 거쳐 조 회장의 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1차 판결은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오너일가의 차녀 조희원씨가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에 ‘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에 조희원씨는 조현범 사장과 함께 관계인 자격이었지만 앞으로 참가인 자격으로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조현식 부회장과 뜻을 같이할 수도 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청구되면 피고인의 가족들은 관계인 자격을 부여받는데 따로 참가인 신청을 하면 청구인인 조 부회장의 큰 누나 조희경씨와 사실상 동등한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조현식 부회장으로서는 경영권 다툼을 위해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앤컴퍼니 오너일가의 지분은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조현범 사장이 42.9%, 조현식 부회장이 19.32%, 차녀인 조희원씨가 10.82%,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 나눔재단 이사장이 0.83%를 보유하고 있다.

조희원 이사장과 조희경씨가 모두 조현식 부회장을 지지한다고 해도 30.97%로 조현범 사장과 지분격차가 11.93% 벌어진다.

더구나 조희원씨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고 있진 않다. 

조현식 부회장이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성년후견인제는 질병·장애·노령 등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법원이 의사를 대신 결정할 적절한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물론 법원이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이 결정이 과거 조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조 사장에 넘긴 일에까지 소급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현식 부회장은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을 넘긴 조양래 회장의 결정에 효력이 없다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조현범 사장이 2020년 6월2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조양래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사들이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42.9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직전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각각 19.31%, 19.32%였다.  

조현식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하기에는 아직까지 보유지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되돌릴 수 있는 희망의 끈이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에 달린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