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실추된 농협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농협은 3기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토지담보대출이 크게 늘어 도마 위에 올랐는데 농협뿐 아니라 상호금융권의 대출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6일 농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농협이 설립취지와 다르게 투기세력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시선이 나오면서
이성희 회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투기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대의원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비조합원 신분으로 북시흥농협에서 신도시 땅 매입자금을 대출받아 농지를 취득한 다음 조합원 자격을 얻었는데 가짜 조합원이란 말이 나온다.
이성희 회장은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조합원) 강제 탈퇴를 시키려 한다”며 “토지주택공사 직원 등이 허위 농업경영계획서 제출 등 불법적 방법으로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대출금을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농지가 투기온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농지담보대출 과정을 개선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윤종기 농협상호금융 기획본부장은 23일 국회에서 “투기목적의 대출을 예방하지 못한 것은 농협의 잘못으로 대출 과정을 점검하고 농업인들의 자금공급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책 마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농협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조합원에게 돈을 빌려줘야 할 지역농협이 땅을 사놓고 보상을 받으려는 투기세력의 돈줄이 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시흥농협의 토지담보대출이 광명·시흥 공공택지지구 발표가 나기 직전 1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북시흥농협의 토지담보대출은 2019년 589억 원에서 2020년 956억 원으로 62.3% 늘었다. 북시흥농협의 토지담보대출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500억~600억 원대를 유지했다.
이 가운데 북시흥농협의 비조합원 토지담보대출은 2019년 249억 원에서 2020년 513억 원으로 급증했다. 준조합원 대출도 78억 원에서 211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준조합원은 농협이 소재한 지역에 살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결국 농협이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 토지담보대출의 대부분을 내준 셈이다.
하남과 안산 등 다른 3기 신도시지역의 농협에서도 신도시 지정 발표 직전 1년 동안 토지담보대출이 급증했다.
금융당국도 상호금융 대출에서 조합원에게 더 많은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투기목적의 대출이 농협에 몰린 것을 놓고 농협의 대출시스템이 부실했기 때문으로만 보기에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상호금융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중은행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비주택 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을 최대 60%까지 제한하고 있다.
상호금융권은 비주택 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40∼70%로 적용하고 있는데 법규가 아니라 행정지도에 근거하고 있다.
비주택 담보대출의 총부채상환비율도 은행의 4배인 160%까지 가능하다. 더욱이 차주별이 아니라 지역농협 전체 대출의 평균이 160%를 넘지 않으면 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25일 “비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과 비은행권이 내부규정이나 지침형식으로 관리를 해왔다”며 “(앞으로는) 이것과 다르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