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미래에셋증권 사장이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된 배경에는 미래에셋증권을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키우고 싶다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시선이 나온다.
박현주 회장은 2007년 내놓은 자서전을 통해 “미래에셋그룹을 아시아 1위의 금융투자회사로 키워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자기자본투자 확대와 투자 효율성을 높여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체력을 쌓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재식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투자(PI) 총괄 사장이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에 오른 만큼 자기자본투자가 공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보통 자기자본투자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위험도도 높은 편이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공격적으로 자기자본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투자 총괄’을 새로 만들어 김 사장을 앉히고 그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는데 김 사장에게 최종결정권을 부여해 힘을 실어주고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박현주 회장은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음을 가져가는 성향으로 잘 알려졌는데 김 사장이 그룹 내에서 자산운용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박 회장의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자산운용본부장, 주식파생센터장 등을 맡았고 2017년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에 올랐다.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시절 해외투자 확대를 통해 뛰어난 운용성과를 낸 투자 및 운용 전문가로 꼽힌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을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는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은 위탁수수료수익 비중보다 자기자본투자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수익에서 자기자본투자 및 기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5%를 넘지 못한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금융화사는직접 투자기회를 발굴해서 투자하고 성과를 낸다”며 “PI(자기자본투자) 성과가 투자금융회사의 투자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자본투자 성과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투자금융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갈 길이 먼 셈이다.
게다가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100조 원대에 이른다. 미래에셋증권의 자본규모는 10조 원 수준으로 아시아권 투자금융회사인 노무라증권(28조 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자기자본투자는 증권사가 고객 예탁자산 등이 아닌 자기자산이나 차입금 등으로 채권과 주식, 각종 파생상품 혹은 부동산,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투자수익이 증권사로 귀속되기 때문에 위탁매매나 자산관리 등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얻는 것보다 훨씬 큰 수익을 올릴수 있다.
수익이 큰 만큼 자기자본투자를 확대하고 투자 효율성을 높이면 글로벌 투자금융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자본규모를 늘리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
김 사장으로서는 자기자본투자 총괄을 맡아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4일 주주총회에서 이만열 글로벌부문대표 사장과
김재식 자기자본투자(PI)총괄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고
최현만 수석부회장을 재선임했다.
이에 앞서 이 사장과 김 사장 가운데 최 수석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에 오를 인물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몰렸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해외법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으로 꼽히는 만큼 글로벌 부문을 맡고 있는 이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 사장은 1964년 태어나 1968년 출생인 김 사장보다 나이가 4살 더 많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자기자본투자 총괄’직을 새로 만들고
김재식 사장을 선임한 데 이어 주주총회에서 김 사장을 각자대표이사로 낙점했다.
김 사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자산운용본부장, 주식파생센터장 등을 맡았다. 2012년 미래에셋생명으로 자리를 옮겨운용부문 전무, 가치경영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9년 혁신추진단 사장으로 미래에셋증권에 복귀한 뒤 올해부터 자기자본투자 총괄을 맡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