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노조를 만나는 데 노사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시뇨라 대표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과 근무체제 전환 등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는 노조를 더욱 압박할 수 있다. 노조도 부분파업을 시작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노사의 만남이 더욱 주목된다.
19일 르노삼성차 노동조합(르노삼성차 노조)에 따르면 23일 시뇨라 사장이 직접 노조 관계자들과 만난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집행부가 들어선 뒤에 최고경영자가 먼저 노조에 요청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직까지 날짜만 정해졌고 구체적 논의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뇨라 사장이 직접 노조에 만남을 요청했지만 르노삼성차 노사 사이에 엉킨 실타래가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뇨라 사장이 르노삼성차의 대표이사 역할을 맡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르노그룹 본사의 수익성 강화정책에 발을 맞춰야 하는 만큼 오히려 노조에 본사의 정책을 설득하려는 대화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2020년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뇨라 사장은 본사 정책에 따라 생산원가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은 만큼 노조의 요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처지에 놓여 있다.
르노그룹은 올해 1월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인 ‘르놀루션’을 발표하면서 한국과 남아메리카, 인도 등은 수익성을 강화해야하는 지역으로 꼽았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은 2월 부산공장에 방문해 르노삼성차가 ‘서바이벌 플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XM3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시뇨라 사장이 사실상 노조와 직접 만나 노조를 설득하기 위한 ‘당근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더구나 르노삼성차 노사는 2020년 임단협뿐 아니라 근무체제 변경을 놓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르노삼성차는 부산 공장 근무체제를 16일부터 주야 2교대 근무에서 주간 1개조 근무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인력은 순환휴업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노조가 부분파업을 진행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근무체제 변경을 놓고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협의하지 않은 사항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4차까지 고용안정위원회를 열어 공장 가동 방식을 놓고 노조에 1교대 60ups(시간당 차량 생산량) 및 순환휴업과 2교대 주 4일 근무(하루 무급 휴무)를 제시했다.
이에 노조는 2교대 체제를 유지하고 무급휴무 대신 조합원의 연차 소진 및 유급휴무로 대체하겠다고 하면서 아직까지 노사 사이 시각차이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노조는 회사가 기존 태도를 고수한다면 파업을 확대할 태세를 보이고 있어 23일 시뇨라 사장과 노조의 만남은 향후 노사관계에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 르노삼성차 노조 대의원 등 확대 간부 49명이 16일부터 부산공장에서 지명파업에 들어갔다. <르노삼성차 노조> |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노조도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16일부터 확대간부(대의원) 49명이 지명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를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만남이 노사 신뢰회복의 발판이 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르노삼성차는 자동차반도체 수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전제로 3월 말부터 유럽에서 XM3 판매를 본격화 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되면 현재로서는 수출 물량을 정해진 납기일에 맞춰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의 파업은 시뇨라 사장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차는 이미 자동차 반도체 수급문제로 내수판매 물량보다 수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만큼 XM3 재고가 넉넉지 않을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회사가 어떤 말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