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기자재회사 파나시아가 신사업 수소추출기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파나시아의 주력제품 스크러버(선박용 황산화물 세정장치)도 다시 각광받고 있다.
이수태 파나시아 대표이사 회장은 스크러버를 앞세워 파나시아의 상장을 타진했다가 고배를 마신 뒤 수소추출기를 앞세워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스크러버 인기가 돌아온 점도 마음이 든든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파나시아에 따르면 수소추출기 ‘파나젠’을 상용화한 뒤 기업공개를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상장계획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고 현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구체적 시점을 확답하기는 어렵고 수소추출기 상용화 이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파나시아는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9월 일정을 철회했다. 예비심사의 유효기간이 올해 2월20일까지 남아있었지만 결국 기한 안에 공모계획서를 내지 않았다.
파나시아가 상장 재도전의 열쇠로 꼽은 수소추출기는 LNG(액화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개질 블루수소 생산설비다.
한정된 공간에서 수소를 지속생산할 수 있어 수소충전소나 수소연료전지가 설치된 건물 등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수소추출기의 상용화 일정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다만 상용화 시점이 멀리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파나시아는 현재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센터에서 파나젠 시제품의 운용 및 안전테스트를 받고 있다.
파나시아에 따르면 테스트는 이미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이수태 회장이 상장에 재도전할 시점도 멀리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 회장이 상장 재도전의 시점을 빠르게 잡을 수 있다면 파나시아는 신성장동력을 향한 기대감뿐만 아니라 주력사업의 이익 창출능력까지 함께 내세우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마침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스크러버에 주목하는 시선이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러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가 2020년부터 시작되면서 가치가 부각된 선박기자재다.
LNG추진선이 황산화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만큼 가장 깔끔한 규제 대응책으로 여겨졌다. 다만 선박을 새로 발주할 자금여력이 부족한 선주사들은 스크러버 설치를 고려했다.
파나시아는 2019년 영업이익 715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무려 51398% 급증한 수치다. 국제해사기구의 해상 환경규제를 앞두고 스크러버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이익 급증을 이끌었다.
당시 이 회장은 다수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스크러버 수주 확대를 통해 지속성장을 실현하겠다”고 말하는 등 사업 전망을 낙관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정유제품 수요가 얼어붙었다. 연료시장 분석기관 인터그레이트퓨얼즈(Integr8 Fuels)에 따르면 2020년 4~11월 저유가 기조 속에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는 톤당 40달러 안팎까지 줄어들었다.
스크러버 설치선박을 운용하는 선주사들은 저유황유를 기준으로 운임을 산정한 뒤 더욱 저렴한 고유황유를 활용하면서 스크러버 설치비용을 회수한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설치비용을 회수한 뒤 이익을 내는 구간으로 진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19에 따른 저유가로 선주사들이 스크러버 설치비용을 회수하는 데만 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등 선박기자재시장에서 스크러버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3월 둘째 주(8~12일)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60달러선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회복됐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도 톤당 100달러 수준까지 확대됐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는 스크러버 설치비용을 2~3년이면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며 “다시 스크러버 설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선주사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파나시아의 2019년 좋은 실적을 발판으로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며 2020년 8월 파나시아의 상장 예비심사까지 통과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수소추출기 등 신사업 육성에 투입한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그러나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파나시아는 공모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이 상장을 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파나시아 상장의 꿈을 여전히 접지 않고 있다. 그만큼 다시 돌아온 스크러버 인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 기조로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스크러버 제작 상담이 늘고 있다”며 “기존 주력사업인 스크러버사업에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상장 재도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