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2월29일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인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의 사의를 수용했지만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시한부'라는 조건을 달았다.
정권의 명운이 달린 2·4부동산 공급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선택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12일 변 장관의 사의 표명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
변창흠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도 시한부라는 조건을 단 것이다. 장관 임면에서 흔히 보기 힘든 형태다.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2·4주택공급대책 실행과 성난 여론 사이 고심의 결과로 보인다.
4·7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대형 악재가 발생한 만큼 사태 수습을 위해 변 장관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권 안에서 확산하고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으로 민심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변 장관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변 장관이 자리에 연연할 분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며 나란히 변 장관의 거취 문제를 꺼내들었다.
다만 문 대통령으로서는 변 장관을 곧바로 경질하게 되면 2·4부동산공급대책의 차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변 장관은 2·4부동산공급대책 마련에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공주도 공급'에서 전문성이 발휘됐다고 한다. 더구나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을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금씩 안정화하는 등 효과를 보고 있었다는 평가를 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 토지주택공사 사태는 2·4공급대책 발표 후 매수우위지수가 꺾이거나 100 이하로 하락하는 등 시장이 조금씩 안정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발생해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동산문제는 당장 보궐선거를 넘어 다음 대통령선거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평가를 가를 핵신적 사안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현안인 셈이다.
한국갤럽이 12일 내놓은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에 부정평가한 응답자의 31%가 그 이유로 ‘부동산정책’을 꼽았다.
부정평가의 이유로 부동산정책을 꼽은 비율은 직전 조사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부정응답의 이유로 두 번째로 비중이 큰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 10%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문 대통령은 이번 변 장관 사의 수용으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면서도 2·4부동산공급대책 추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일단 '조건부 사의수용'이 얼마나 성난 민심을 잠재울지 불확실하다. 사안의 성격상 경찰수사가 곧바로 가시적 성과를 내놓기도 쉽지 않았다.
변 장관이 부동산 공급대책 추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사임을 앞둔 장관이라 제대로 리더십을 보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그에게 '2·4 대책의 입법 기초작업'까지 마치도록 했는데 언제 어디까지 해야 할지도 불명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변 장관이 물러나는 시기를 놓고 “현재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작업이 진행 중이고 그 일정이 대체로 공개돼 있다”며 “아마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시점까지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