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별 PC용 GPU 점유율.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는 사상 최고치를, AMD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존페디리서치> |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 고객사 엔비디아가 PC용 GPU(그래픽 처리장치) 점유율을 대폭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호황에 힘입어 그동안 내부 수요에 크게 의존했던 파운드리사업에서 외부 고객사 비중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시장 조사업체 존페디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의 PC 및 노트북용 외장 GPU 점유율은 82%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9%포인트 높아지며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반면 주요 경쟁사 AMD의 점유율은 18%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두 기업의 GPU 출하량도 엇갈렸다. 엔비디아는 PC용 GPU 출하량을 2019년 2770만여 개에서 2020년 3200만여 개로 확대했다. 하지만 AMD 출하량은 1090만여 개에서 오히려 감소해 900만 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엔비디아의 GPU 호황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수혜로 연결된다.
엔비디아는 2020년부터 삼성전자에서 최신 8나노급 GPU RTX3000 시리즈를 양산하고 있다. 나노(nm)는 반도체의 회로폭 단위로 숫자가 낮아질수록 반도체 성능이 개선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RTX3000 시리즈는 전작 RTX2000 시리즈와 비교해 최대 2배 수준의 성능을 갖췄는데도 전작보다 낮은 가격을 내세워 인기를 모았다.
예를 들어 RTX3000 시리즈 중 하나인 RTX3070은 출고가격이 499달러로 책정됐는데 이전 제품 RTX2080Ti(1200달러)보다 더 빠른 그래픽 처리속도를 보였다.
엔비디아 GPU 모델이름의 숫자는 앞의 두 자리가 세대를, 뒤의 두 자리가 성능을 나타낸다. ‘**80’은 최상급 제품으로 통상 ‘**70’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중급 제품인 ‘**70’이 한 세대 전 제품이라지만 ‘**80’을 성능과 가격에서 현저히 앞선 데는 삼성전자 8나노급 공정의 기여도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8나노급 공정은 기존에 오랫동안 사용된 10나노급 공정을 개선한 공정이다. 미세공정 수준이 심화한 만큼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적합하면서도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가격 대 성능비가 좋다는 뜻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RTX3000 시리즈 가격이 저렴한 것은 삼성전자 8나노급 공정에서 양산됐기 때문이다”며 “7나노급 이하 공정은 웨이퍼당 가격이 4천 달러를 상회하지만 8나노급 공정은 웨이퍼당 가격 2천~3천 달러 수준이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RTX3000 시리즈의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최근 삼성전자에 더 많은 GPU 일감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RTX3000 시리즈 최초 주문은 1조 원 규모로 추정됐는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엔비디아로부터 추가 GPU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엔비디아와 거래를 확대해 내부 반도체 수요에 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8나노급 공정 생산라인이 운영된다. |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매출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실적의 상당 부분은 시스템LSI사업부 등 내부에서 나온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서 내부매출 비중은 50%를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엔비디아 매출비중이 기존 한 자릿수 초반대에서 1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확대되며 외부 고객사 매출 비중이 60%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실적 자체도 엔비디아에 힘입어 대폭 개선될 공산이 크다.
김양재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매출은 2017~2019년 기간에 매년 11조 원 수준에 그쳤지만 엔비디아와 퀄컴 반도체 양산을 계기로 2021년 20조 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GPU 호황은 코로나19에 따른 게임 수요 증가, 가상화폐 채굴용 GPU 수요 증가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PC용 GPU 출하량은 2019년 3850만여 개에서 4150만여 개로 증가해 2017년 이후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AMD가 엔비디아처럼 GPU 판매를 확대하지 못한 까닭은 엔비디아와 달리 GPU 이외에 중앙처리장치(CPU) 등 여러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AMD는 대만 파운드리기업 TSMC에서 대부분의 반도체를 만드는데 한정된 생산량 안에서 GPU 배분 물량을 키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AMD는 4분기 게임 콘솔용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최신 CPU 라이젠5000 시리즈 생산을 늘려야 했다”며 “이에 따라 GPU 라데온 시리즈에 할당되는 웨이퍼가 줄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