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재일교포 주주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글로벌 사모펀드 주주들의 입지는 더욱 커지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 다양화를 계기로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구축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25일 열리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뒤 이사회의 성격이 다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곽수근 후보, 배훈 후보, 이용국 후보, 최재붕 후보 등 신임 사외이사 4명의 선임안건이 이번 주주총회에 오른다.
곽수근 후보는 사모펀드 주주 IMMPE 측에서, 이용국 후보와 최재붕 후보는 지난해 하반기 신한금융지주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에 오른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측에서 각각 추천한 후보다.
배훈 후보는 주주추천 공모제를 통해 후보에 포함됐는데 재일 한국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현재
조용병 회장을 제외한 10명 가운데 4명이 재일교포 주주들과 긴밀하게 연관된 인물로 구성되어 있어 재일교포 주주가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고 주주총회를 거쳐 신규 사외이사들이 정식으로 선임되면 재일교포 측 사외이사 수는 4명으로 같지만 전체 사외이사 수는 1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결국 재일교포 주주들이 이사회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고 사모펀드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앞으로 이사회 활동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추천한 사모펀드 주주들의 신한금융지주 지분율 총합은 현재 12% 안팎으로 추정된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분율 추정치는 15% 안팎인데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은행 창립 때부터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며 오랜 기간 신한금융그룹 인사와 의사결정 과정 등에 영향력을 미쳐 왔다.
자연히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신한금융지주와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이사 등 경영진도 재일교포 주주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이 최종후보에 오르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정기 주주총회 뒤 이사회 구성이 바뀌면 사모펀드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신한금융지주 내부 인사나 투자 등 경영활동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용병 회장 역시 이전에 조 회장 연임을 결정했던 이사회 구성원이 대거 교체되고 굳건한 지지를 보냈던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도 낮아지는 만큼 더 엄격한 잣대 앞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궁극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하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지배구조 개선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일교포 주주와 같은 단일세력이 이사회 여론을 주도하는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이사회에서 재일교포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놓은 적이 있다.
조 회장은 최근 신한금융그룹 전반에 ESG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친환경과 사회공헌분야, 지배구조 개선 등 노력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사모펀드 주주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조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추진작업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뒤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를 배제하고 사외이사후보 선정에 주주추천제도를 도입하는 등 이사회 투명성과 다양성 강화에 힘써 왔다.
이처럼 신한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구축 노력이 인정받는다면 조 회장의 경영 역량은 물론 신한금융지주 기업가치도 긍정적으로 재평가받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그동안 금융당국 등의 외압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을 인정받아 왔다.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글로벌 사모펀드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자리잡는다면 이런 장점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다만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글로벌 사모펀드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반영되면 현금배당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등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특성상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다 보면 국부유출이나 자본건전성 훼손 등의 문제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주주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는 물론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경영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