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KG그룹 회장이 KG동부제철의 수출 확대전략에 고삐를 더 죈다.
곽 회장은 KG동부제철의 사업역량을 컬러강판과 석도강판 등 냉연강판에 집중하면서 해외에서 제품 수요를 찾고 있다.
곽 회장이 KG동부제철 대표이사로 영업 전문가를 잇따라 기용하는 것도 이런 사업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KG동부제철에 따르면 올해 주요 사업목표에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비중 60%를 달성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목표였던 수출비중 55%는 달성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KG동부제철의 누적 매출인 1조9777억 원 가운데 56.6%인 1조1186억 원이 수출에서 나왔다.
KG동부제철은 3월1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박성희 마케팅영업본부장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이세철 대표이사 사장이 앞서 17일 사임 의사를 내놓은 데 따른 인사다.
KG동부제철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바뀌어도 수출을 늘린다는 기존 전략은 유지된다”며 “올해 수출 비중 목표가 지난해보다 높은 만큼 오히려 수출 확대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 내정자는 해외시장 공략에 컬러강판을 앞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KG동부제철은 연 45만 톤의 컬러강판을 생산한다. 국내 컬러강판 제조사들 가운데 생산량 기준으로 75만 톤의 동국제강에 이은 2위다.
KG동부제철은 3월 완공을 목표로 컬러강판 생산라인 2기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증설설비를 완공하면 기존 4개 라인 가운데 노후화한 1기의 가동을 중단한다.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5개 라인 70만 톤으로 늘어난다.
KG동부제철은 장기적으로 컬러강판 생산라인 2기를 더 증설한다는 계획도 있다. 박 내정자의 컬러강판사업 성과가 이 증설투자의 확정시점을 좌우할 것으로 철강업계는 바라본다.
박 내정자는 1964년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금속공학과를 나왔다.
1994년 동부제철에 입사한 뒤 동부제철에서 컬러강판사업을 담당하는 칼라사업부장을 거쳐 2019년 KG동부제철 마케팅영업본부장을 맡았다.
KG동부제철 관계자는 “박 내정자는 27년 동안 KG동부제철의 영업을 이끈 베테랑으로 국내와 해외를 가릴 것 없는 영업 전문가다”며 “철강업 전반의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곽재선 회장이 세운 KG동부제철 수출 확대전략을 실행할 적임자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곽 회장은 KG그룹 회장이면서 동시에 KG동부제철 회장으로 KG동부제철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KG동부제철은 2019년 8월 KG그룹에 인수됐다. 2018년 기준으로는 매출이 내수 55%, 수출 45%로 구성돼 있었다.
곽 회장은 KG동부제철의 인수와 함께 매출구조를 수출 우위의 구조로 전환한다는 사업기조를 수립했다. 2019년 10월에는 해외출장을 통해 KG동부제철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기존 거래선을 점검하는 등 수출 확대의 경영기조에 직접 힘을 싣기도 했다.
이는 KG동부제철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맞닿아 있다.
곽 회장은 KG동부제철의 기존 사업들 가운데 컬러강판과 석도강판(주석 도금강판) 등 냉연강판사업이 가장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강관사업을 정리하고 당진공장의 열연 전기로를 매각한 뒤 냉연강판에 집중한다는 포트폴리오 재편계획을 내놨다.
석도강판은 과거 동부제철 시절부터 이미 국내 철강회사들 가운데 수출량 1위를 달성한 제품이다. 문제는 컬러강판이었다.
컬러강판은 국내 철강제품시장에서 대표적 공급과잉제품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컬러강판 수요는 140만 톤, 공급 220만 톤이었다.
2020년 들어 연 17만 톤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이 컬러강판사업에서 철수했지만 업계 1위 동국제강이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 10만 톤의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국내 컬러강판 제조회사들은 여전히 해외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컬러강판의 글로벌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리서치는 글로벌 컬러강판시장 규모가 2019년 24조 원에서 2024년 33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곽 회장의 KG동부제철 수출 확대 전략은 성장시장을 겨냥한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곽 회장은 2019년 8월 KG동부제철 인수를 마무리한 뒤 첫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세철 넥스틸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 전 사장은 넥스틸에서 해외영업을 전담하고 있었다.
이 전 사장의 뒤를 이를 박성희 내정자도 영업 전문가라는 점에서 수출 확대전략을 유지하고자 하는 곽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곽 회장이 외부인사인 이 전 사장에 이어 내부인사인 박 내정자를 대표이사로 기용하는 것은 수출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 내부역량을 끌어모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KG동부제철 실적으로 수출 확대전략의 효과를 한 차례 입증했다.
KG동부제철은 KG그룹 계열사로서 보낸 실질적 첫 해인 2020년에 분기마다 순이익을 내며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669억 원을 거뒀다. 2009년 이후 11년만의 연간 순이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곽 회장은 2020년 8월 KG동부제철 인수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G동부제철이 세금을 낼 수 있는 회사가 돼 뿌듯하다”며 “연말에는 결산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환원정책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도 지켜졌다. KG동부제철은 2020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00원, 우선주 1주당 150원을 현금배당하겠다고 지난해 12월 공시를 통해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