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퇴직금으로 최대 60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시했다. 수익악화로 점포수를 크게 줄이며 인력감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는 거액의 퇴직금보다 고용안정을 원한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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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
27일 한국씨티은행과 노동조합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노조에 제안했다. 2007년, 2008년, 2012년에 이은 네 번째 희망퇴직이다. 신청자격은 공고일 기준 만 5년 이상인 정규직원과 무기한 계약직 직원이다. 감원 규모는 65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씨티은행 전체직원 4200명의 15% 수준이다.
씨티은행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361억 원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37% 줄었고 직전분기에 비해서 반토막났다.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씨티은행은 지난달 기존 190개 지점의 3분의 1에 달하는 56개 지점을 없애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없어진 지점만큼 잉여인력이 생겨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 희망퇴직 신청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60개월 치의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은행구조조정 사상 최고 퇴직금이다. 다른 업종에서도 이 정도의 퇴직금은 드물다. IMF 이후 퇴직금으로 60개월 급여를 제시한 회사는 2012년 현대중공업 정도다.
통상적으로 은행권은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 외에 24~36개월 치 급여 수준에서 명예퇴직금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씨티은행은 여기에 12~24개월 치 급여를 추가로 얹어 모두 36~60개월 치 급여를 명예퇴직금으로 약속했다. 씨티은행의 평균연봉 8천만 원을 받는 직원은 희망퇴직 시 최소 2억4천만 원에서 최대 4억2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씨티은행은 희망퇴직을 장려하기 위해 명예퇴직금 외에 학자금도 지원한다. 자녀 한명 당 천만 원씩, 총 2천만 원을 지원한다. 또한 퇴직 이후 3년간 본인과 배우자 종합건강검진도 지원한다. 희망퇴직 접수 개시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신청할 경우 2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이 이렇게 파격적 희망퇴직 방안을 제시한 것은 인력감축을 위한 당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실시한 희망퇴직 당시 신청자가 199명에 불과해 기대에 못 미쳤던 점도 보상규모를 키운 배경이 됐다. 씨티은행은 “희망퇴직은 노사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해 계속 노조에 희망퇴직 조건을 설득하고 있다”며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파격적 당근책을 제시해 희망퇴직 의사가 있는 직원과 희망퇴직에 반대하는 노조를 분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제안에 크게 반발해 희망퇴직이 실제로 시행될지 더 지켜봐야 한다. 노조 관계자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아들일 경우 이를 시작으로 다음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이라며 “노조의 요구사항은 고용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씨티은행 본사가 최종적으로 한국에 50여 개의 점포만 남길 때까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이미 56개 영업점을 폐쇄하겠다는 지난달 발표에 반발해 파업중이다. 10년만의 파업이다. 파업에 따라 씨티은행 직원들은 각종 보고서 작성 및 제출을 거부하고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지난해 금융권 CEO중 가장 많은 연봉 28억8700만원을 받아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