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산업재해의 원인을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한 사장은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장이라 정형화되지 않은 작업들이 많다”며 “최대한 표준작업을 유도하고 있으며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잦은 사망사고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질문하자 “산업재해가 일어나는 유형을 분석해 보니 안전하지 않은 작업자의 행동에 따라 잘 일어났다”고 대답했다.
산업재해 대책을 따져 묻는 박덕흠 무소속 의원에도 “불완전한 작업장 상태는 저희가 투자를 통해 바꿀 수 있다”면서도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은 바꾸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런 발언으로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래 현대중공업에는 질문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한 사장의 태도를 보니 심각한 우려가 들어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다”며 “지난해 이날 추락사로 돌아가신 노동자가 어떤 불안전 행동을 했는지 대답해보라”며 한 사장을 다그쳤다,
장 의원은 “산업재해는 불안전 행동뿐만 아니라 시설문제와 관리감독문제 등 요인들이 모두 망가져 일어나는 것인데 노동자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며 “추락 지점에 안전망이 설치돼 있었다거나 안전 허리띠 관리인력이 있었다면 사고가 발생했겠느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한 사장이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며 "비정형적 작업장 특성상 불안전 행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하자 장 의원은 “한 사장이 방금 말했듯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인할 수 있다”며 “오인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현대중공업에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 사장이 말을 잇지 못하자 장 의원은 “모든 것을 대표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자는 얘기다”고 질의를 마무리했다.
한 사장은 “말씀을 명심하겠다”며 “작업표준을 바꾸고 위험요소를 찾아서 비정형화돼있는 작업을 정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 신청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는 집계 기준이 달라진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사장은 “예전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건수를 집계했는데 최근에는 난청이나 근골결계 등의 재해도 집계하면서 재해 신청건수가 늘었다”며 “실질적으로 산재사고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 사장은 예방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다시 반영하겠다고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산재예방 예산을 살펴보니 전체 예산 71억 원 가운데 소음성 난청 예방예산은 7600만 원에 그친다”며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수준의 예산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는다”고 따졌다.
한 사장은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며 “다시 살펴보고 실질적 예방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반영하겠다”고 대답했다.
‘아직도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이 산업재해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임 의원의 질문에 한 사장은 “작업장이 비정형화 돼 있어서 표준작업도 비표준작업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데 노동자 탓으로 돌린 것처럼 비춰졌다”며 “제가 말솜씨가 부족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사과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