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시공사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형건설사들이 잇달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 사장이 적절한 공사비에 고급 아파트 브랜드 ‘르엘’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수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에 르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재개발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는 방향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조합과 협상을 통해 르엘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이 요구하던 르엘 적용을 거부하다 시공계약 해지 통보까지 받았는데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흑석9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공사비 증액 없이 롯데건설에게 르엘 적용을 요구했다.
서울시의 층고제한으로 설계가 기존 28층, 11개 동에서 25층, 16개 동으로 바뀌게 되자 보상 차원에서 르엘을 적용해주길 원했던 것이다.
하 사장은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상황이 변한 만큼 조합과 협상의 여지가 생겨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 내부에서는 최근 롯데건설과 다시 시공계약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 대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 재개발사업을 진행한다면 사업 진행이 더뎌지는 것은 물론 공사비 부담도 대폭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흑석9구역 인근에 있는 흑석11구역 재개발조합은 3.3㎡당 540만 원의 공사비를 들여 올해 1월 대우건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하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2018년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이 3.3㎡당 490만 원의 공사비를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에게 제안했다.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하 사장이 르엘 적용을 조건으로 조합에게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셈이다.
다만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에 경쟁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하 사장은 르엘 적용을 이유로 큰 폭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에는 현재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롯데건설보다 주택사업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롯데건설이 르엘 적용을 조건으로 내걸더라도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과 비슷한 공사비를 제안한다면 수주를 확보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하 사장이 르엘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도 경쟁사들을 따돌릴 수 있는 공사비를 조합에게 제안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롯데건설이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면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흑석뉴타운 일대는 ‘서반포’, ‘준강남’ 등으로 불리며 DL이앤씨의 아크로,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등 대형건설사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가 적용된 단지들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하 사장이 흑석9구역에 르엘아파트단지를 세운다면 강남권 수주 못지 않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90번지 일대에 아파트 1538세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44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