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회사는 법률위반으로 실형을 받더라도 이사 자격이 제한되지 않는다. 또 사내이사 사임이 오히려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신원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더라도 이사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최성환 사업총괄이 사내이사로 합류해 박상규 사장과 함께 손발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SK네트웍스는 사실상 최신원 회장 일가가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네트웍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올해 1월 SK네트웍스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최신원 회장에게 SK네트웍스는 아버지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세운 그야말로 ‘가족’의 회사다.
전문경영인에게만 맡겨두기보다는 아들 최성환 사업총괄에 경영을 맡기려는 의지가 강할 공산이 크다.
SK네트웍스는 1953년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세운 선경직물이 모태다. 최신원 회장은 평소 부친이 세운 SK네트웍스에 각별한 애정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원 회장은 2016년 SK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SK네트웍스 건물 로비에 있는 최종건 창업주의 동상에 큰 절을 하고 묵념을 했다. 동상은 최 회장 집무실에 있던 것인데 본사 로비로 이전했다.
당시 최신원 회장은 “내가 왜 우리 아버지 동상을 모셔놓고 오늘 절을 드렸겠느냐”며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체로 다시 반석 위에 올릴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성환 사업총괄은 2019년부터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인 SK 지분을 계속 늘리며 승계를 위한 준비도 해왔다.
올해 2월에도 최신원 회장은 SK 주식을 매도해 지분율을 0.04%로 낮춘 반면 최성환 사업총괄은 SK 주식을 사들여 지분이 0.74%로 높아졌다.
최성환 사업총괄의 SK 지분은 최태원 회장(18.44%),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6.85%), 최재원 SK 수석부회장(2.36%)에 이어 4번째로 높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의 구속과 관련해 이사회 구성 변화를 놓고 검토하거나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를 비롯해 SKC 등 그가 경영해온 회사들에서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애초 최 회장이 유용한 비자금 규모는 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조사 결과 그보다 훨씬 많은 1천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