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전기차의 화재사고를 놓고 LG에너지솔루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18일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 전기차 코나EV의 화재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공식 조사결과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나EV는 지난해 5월, 8월, 9월, 10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화재사고가 잇따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차량에 탑재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
국토부는 이르면 2월 안에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코나EV에 탑재된 배터리를 전량 리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대차 및 관련 기관과 함께 원인 규명과 필요한 조치사항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현재로서는 국토부의 조사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국토부가 내놓을 조사결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나EV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 탓으로 결론나면 기업가치 평가에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실적부터가 문제다.
코나EV의 화재원인이 배터리에 있다면 배터리 전량 리콜은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적지 않은 교체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리콜규모를 1조 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배터리업계에서는 배터리 리콜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리콜규모가 최대 3조 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터리 리콜이 확정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비용 분담비율을 논의해야 한다. 화재사고의 원인이 배터리라면 LG에너지솔루션의 분담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경우에 따라 조 단위의 이익 감소를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흑자기조를 세웠다고는 하지만 영업이익 3883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조 단위의 지출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코나EV 화재 문제가 잘 해결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맺은 전기차 동맹 관계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이 비용문제보다도 기업가치에 더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15일 현대차의 전기 시내버스에서 불이 나 차량이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전기버스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단일 차종에서만 화재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데 조심스러워질 수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완성차회사 가운데 하나다. 2020년에는 친환경차를 50만1487대 팔아 판매량이 2019년보다 36%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에게 현대차는 우량 고객사다. 이런 현대차와 관계가 느슨해지는 것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대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의존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아직 탑재된 전기차에서 화재사고가 보고되지 않은 만큼 안전성 측면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현대차는 코나EV의 화재사고가 잇따르던 지난해 11월 체코 공장의 코나EV 생산물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탑재 비중을 낮추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비중을 높이는 조치를 실시한 전례가 있다.
현대차가 배터리 의존도의 우선순위를 바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코나EV 화재의 원인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에서만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에 납품한 배터리와 유사한 배터리를 르노의 전기차 조에(Zoe)에도 납품했다”며 “르노 조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이지만 아직까지 화재사고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의 화재는 대부분 불이 난 지점이 배터리일 뿐 원인은 복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나EV 화재와 관련한 LG에너지솔루션의 대처가 심상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4조1279억 원, 영업이익 1158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3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1.4% 줄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코나EV 화재사고에 대비한 충당금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시절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에 충당금을 설정한 일은 있어도 전기차배터리 화재사고와 관련해서는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조차 코나EV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 탓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