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사업자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체국은 기본료가 없는 요금제를 내놨고 SK텔링크는 그동안 받던 가입비를 폐지하기로 했다.
CJ헬로비전 등 경쟁기업들도 속속 이런 경쟁구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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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택 SK텔링크 사장. |
알뜰폰 시장의 경쟁이 격화될 경우 사업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SK텔링크는 알뜰폰 가입비 1만65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폐지한다고 4일 밝혔다. SK텔링크는 SK텔레콤의 알뜰폰 자회사다.
송재근 SK텔링크 알뜰폰사업본부장은 “가입비 폐지를 시작으로 알뜰폰 시장의 질적성장에 역점을 둔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올해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링크의 가입비 폐지는 모든 요금제 구간에 적용된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도 가입비를 받지 않으며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에넥스텔레콤이 지난해부터 가입비를 받지 않고 있다.
알뜰폰을 판매하는 우정사업본부(우체국)는 이날 파격에 가까운 요금제를 선보였다.
우체국은 기본료 없이 매달 50분까지 음성통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제로 요금제'를 4일 출시했다.
또 기본료 3만9900원에 음성과 문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도 내놓았다. 무제한 요금제의 기본료가 4만 원대 이하로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체국은 2013년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뒤 2년 만에 판매 대리점 수를 1300개로 확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K텔링크는 업계 2위 사업자로 알뜰폰 시장점유율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이나 KT텔레시스, 미디어로그유모비 등의 경쟁 사업자들도 조만간 기본료나 가입비를 폐지하거나 저가 요금제를 다양하게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부터 알뜰폰 시장에 가격경쟁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알뜰폰시장이 2015년 연말을 기점으로 전체 이통시장 점유율의 10%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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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체국은 4일 기본료 없이 월 50분의 무료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알뜰폰 '제로(Zero) 요금제'를 출시했다. |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크게 높아졌다”며 “사업자들이 올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알뜰폰 가입자를 대거 유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친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이 차지하는 이통시장 점유율 10%를 ‘성장의 상징’이 아닌 ‘한계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인구를 감안했을 때 알뜰폰 시장이 더 성장하기 어렵고 올해나 내년부터 본격적 성장정체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자들의 지나친 가격경쟁 구도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알뜰폰 자회사나 우체국의 경우 1~ 2년 정도 수익성이 하락하더라도 일단 가입자를 늘려놓고 보자는 식의 소위 ‘맷집싸움’을 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나머지 20여 개 영세 사업자들이 이런 경쟁구도 속에서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