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사장으로서는 역대 두 번째다.

정 사장의 임기 만료일이 다가오는데도 법령에 규정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임기를 1년 연장한다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 대응, 체코원전 수주, 신재생에너지발전 확대 등 한수원의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한수원 안팎에 따르면 법령에 따라 공기업 사장의 임기 만료일 2개월 전에 구성돼야 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정 사장이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 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1년 단위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또 이 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공기업 이사회는 임원의 임기가 끝나기 2개월 전에 후임 사장을 뽑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4월4일 임기가 끝나는 정 사장의 후임을 결정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법령에 규정된 날짜인 2월4일을 넘겼는데도 아직까지 구성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공기업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후보 선정,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로 임명된다.

사장이 연임되는 때에는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과정을 건너뛰기 때문에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바로 사장 연임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발전업계에서는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정 사장이 사실상 연임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원자력발전사업을 맡은 한수원의 사장이지만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성과를 보태는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들을 발 빠르게 추진해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았다.

또 정부에서 2022년 대통령선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한수원 사장을 교체하면 다음 사장은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취임 1년 만에 다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게다가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가 정 사장이기 때문에 임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시선도 있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본래 2월4일까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연임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위원 중 한 명을 노동조합에서 추천하게 돼 있는데 그와 관련된 요청도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한수원 역사상 두 번째로 연임한 사장이 된다.

2007년 한수원 사장에 취임한 김종신 사장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와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2010년 연임에 성공했다. 

정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원자력 발전 의존도는 계속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2018년 취임하면서 “과거에는 원전 운영만으로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원전만 운영해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 사장은 태양광과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정 사장은 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과 산업경제실장(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을 역임했고 2018년부터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 사장은 강단이 있는 성품을 지녔다”며 “한수원에 산적한 일들이 많은데 이에 관해 잘 알고 있고 풀어나갈 능력이 충분해 연임이 회사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