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투자부문 회사와 이동통신사업회사로 분할했을 때 통신사업만으로는 기업가치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4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SK텔레콤은 5G통신시장에서도 45%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이동통신부문에서 흔들림 없는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성장성, 즉 미래가치 부분에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매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통신시장 자체가 포화상태로 더 크게 사업을 키울 여지가 별로 없는 데다 5G 연계 사업들에 관해서는 아직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의 2020년 실적을 살펴봐도 이동통신부문은 한 해 매출 성장률이 2.8%로 미디어(17.2%), 보안(12.2%), 커머스(12.1%) 등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여주는 비통신사업과 비교된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투자부문과 통신사업부문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통신부문 사업회사 가치에는 그다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분석보고서를 통해 “분할 뒤 SK텔레콤의 통신부문 시가총액이 10조 원 이상이면 다행이다”고 봤다.
SK텔레콤은 2020년 실적 기준 이동통신서비스 매출이 전체의 63% 수준이고 현재 시가총액은 20조 원에 가깝다. 그런데 분할 뒤 통신사업회사의 기업가치를 10조 원 수준으로 보는 것은 현재 사업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가인 셈이다.
박 사장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본격화하는 데 앞서 이동통신사업부문에서 ‘성장 스토리’를 내놓는 과제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이 지닌 ‘플랫폼’의 가치에서 성장의 해답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3일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1년 이동통신부문은 인공지능기술 바탕의 ‘구독형상품 플랫폼 컴퍼니’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현재 구독형 사업모델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음원서비스 ‘지니뮤직’, 클라우드게임 서비스 ‘엑스박스’와 같은 이동전화 회선에 바탕한 서비스의 영역을 더욱 확장해가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최근 커머스분야에서 11번가와 아마존의 제휴, 모빌리티분야에서 우버와 협력 등을 성사시키며 글로벌사업자들과 ‘초협력’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데 앞으로 구독형서비스부문에서도 다양한 분야 주요 사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힘을 싣는다.
이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부문에 집중돼 있는 구독형서비스의 외연을 교육, 렌털, F&B 등 다양한 분야로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국민 보급률 100% 이동통신시장에서 절반 수준을 가입자로 확보하고 있는데 이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통신사로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마케팅 통로인 멤버십제도를 구독형상품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구독형상품의 기획, 제공, 이용,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 SK텔레콤의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박 사장은 올해 CEO 직속으로 따로 운영했던 사내 인공지능조직을 이동통신사업부 산하로 옮겼다. 박 사장은 2021년도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고객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대리인)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SK텔레콤은 2021년도 조직개편을 통해 이미 이동통신사업부를 새롭게 재편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업부를 모바일, 구독형상품, 혼합현실서비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메시징, 인증, 스마트팩토리, 광고·데이터 컴퍼니 등 9가지 부문 조직으로 나누고 각 조직이름에 회사를 뜻하는 ‘컴퍼니’를 붙였다.
시장에서는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SK텔레콤이 올해는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하고 본격적 추진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회사를 분할해 투자부문 역할을 맡는 중간지주사를 설립한 뒤 지주사인 SK와 중간지주사를 통합해 그 아래 통신사업 회사, 미디어, 커머스, 보안 등 ICT 자회사를 대등하게 배치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