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와 후지쯔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PC와 같은 기존 주력사업의 장기적 부진으로 경영난에 빠지며 강도 높은 사업구조 개편을 하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 등 대형 업체들도 완제품사업에서 부품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탈바꿈하며 생존방안을 찾고 있다.
과거에 영광을 누렸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겪고 있는 장기적 부진이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일본 대형 전자업체들 위기 탈출 안간힘
일본 니혼게이자이가 29일 “도시바가 구조조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3조 원에 가까운 추가 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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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로마치 마사시 도시바 사장. |
도시바는 올해 역대 최대인 5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내는 등 고전하고 있다. 도시바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PC와 TV 등 주력사업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바는 연간 4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의료기기사업부의 지분마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는 자산규모가 지난 회계연도보다 60% 이상 줄어들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우선 회복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후지쯔 역시 내년 2월1일까지 PC사업부와 스마트폰사업부의 분사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후지쯔는 “올해 PC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이라며 “보안과 헬스케어, 서버 분야 등의 소프트웨어산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와 샤프도 과거 TV와 스마트폰사업 등 완제품 사업에 집중했으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니는 애플 등 대형 고객사에 시스템반도체 제품인 이미지센서를 납품하며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체질개선에 나섰다. 샤프 역시 아이폰 액정패널 공급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소니는 최근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도 진출을 노리며 활로를 찾고 있다. 소니는 일찌감치 부진에 빠진 PC사업부를 매각했으며 스마트폰사업 역시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샤프 역시 과거 TV사업과 음향기기 사업에서 성장했지만 점차 디스플레이 패널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바뀌며 디스플레이 전문업체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메라와 음향기기사업 등에서 높은 시장지배력을 차비하던 파나소닉 역시 삼성전자와 BMW에 협력하며 전장부품과 인포테인먼트용 음성인식서비스 기술개발에 미래를 걸고 있다.
파나소닉은 기존 주력사업이던 소비자대상 기기사업을 뒤로하고 자동차와 에너지솔루션, 기업용 비디오와 오디오솔루션 등 B2B(기업간거래)사업에 미래를 걸고 있다.
◆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재현되나
일본 전자업체들은 한때 세계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자랑했지만 위기에 빠진 이유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고가정책을 유지해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이 꼽힌다.
소니는 세계 PC시장이 점차 둔화되는데도 노트북 등 제품의 고가정책을 유지해 판매부진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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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후지쯔와 샤프 등의 스마트폰사업도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내수에만 집중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점차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가전시장에서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는 만큼 중국업체들이 가격과 성능으로 무장한 제품을 들고 나온다면 비슷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은 애플 아이폰의 선전과 중국업체들의 공세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TV사업 역시 중국이 저가 제품의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어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도 높은 시장지배력을 보이며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메모리반도체산업 육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력사업에서 중국업체들과 경쟁할 확실한 차별점을 찾지 못한다면 일본 기업들과 같이 장기적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확보에 주력하며 고성능 부품을 생산해 중국업체들과 기술적 격차를 벌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전자계열사는 스마트폰용 부품사업에서도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만큼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인 소니가 부품업체로 탈바꿈한 만큼 국내 전자업체들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완제품사업의 타격을 만회할 만큼의 신사업 성과를 빠르게 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