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세균 국무총리가 달라지고 있다.
주요 현안에 강하고 분명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기존의 신중하고 온화한 인상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통령선거후보로서 지지도가 꿈쩍하지 않은 상황을 돌파해 보려는 시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여권 일각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이익공유제를 놓고 부정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정 총리는 “그 용어(이익공유제)를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우리가 법이나 제도적으로 지니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법과 제도화해서 연구하려면 여러 가지 논란이 되고 때에 따라서는 그것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는 11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처음 꺼내든 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 총리의 발언은 이 대표의 주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난지원급 보편 지급 주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 지사에 쓴 글을 통해 “더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8일 국회 대정부 긴급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의 공세에 강하게 반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국가가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국민 수의 5~6배 이상 확보한 이유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그 나라에 물어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묻는 질문에는 눈물도 보였다.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12년 만이다.
정 총리가 정치권에서 가장 온화하고 신사적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던 것을 고려하면 분명한 변화라 할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가장 모범적이고 신사적인 의원에게 주어지는 백봉신사상을 역대 최다인 15번이나 받았다.
정 총리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준 가장 큰 요인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대선후보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28일 내놓은 ‘다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정 총리의 지지율은 2.5%에 그쳤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정 총리는 이날 국무총리 취임 1년을 맞았다. 국회의장 출신으로 삼권분립 논란을 감수하면서 총리을 수락해 1년 동안 활동했음에도 대선주자로서 정치적 위상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선주자로서 정 총리의 부상은 민주당에게 반가운 일이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 사이 양강구도가 지난해 8월부터 이어져 다소 밋밋한 모양새인 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여권 내부에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총리가 지지세를 모으면서 '3강구도'를 형성해 준다면 국민의 눈을 붙들어맬 수 있다.
정 총리는 당내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하고 당내 주류인 친문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유리하다. 일단 지지율 5%의 벽을 돌파하고 흐름을 탄다면 3강구도도 가능하다는 시선도 있다.
정 총리는 8일 국회 대정부 긴급현안질의에서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이 백신 물량 확보를 13차례 지시했다며 담당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발언하자 “뭘 떠넘기나, 국가원수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적극 문재인 대통령을 엄호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