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이 올해 고부가선박인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추진선) 수주에 영업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이 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영업적자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수주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비용 절감 이상으로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6일 증권업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부터 아프라막스급과 수에즈막스급 등 중대형 원유운반선의 수주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라막스는 8만~12만 DWT(순수 화물적재톤수) 크기, 수에즈막스는 12만~20만 DWT 크기의 액체화물운반선이다. 이런 크기의 선박들은 주로 리비아산 원유 등 북부 아프리카산 원유의 운송 등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운송로에 투입된다.
지난해 10월 리비아 내전이 끝난 뒤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하루 10만 배럴 수준의 산유량이 지난해 12월에는 하루 124만 배럴 수준까지 늘었다.
리비아는 아프리카 최대 원유 매장국으로 산유량이 앞으로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에너지업계는 바라본다.
운송해야 할 화물이 늘면 선박의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는 점에서 리비아의 정세 안정은 정진택 사장에게 좋은 수주영업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중대형 원유운반선 건조경험이 풍부한 조선사로 선주사들 사이에서 지명도가 높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조선사들 가운데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을 가장 많이 건조했으며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은 현대중공업에 이어 2번째로 많이 건조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중대형 원유운반선 수주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다”며 “리비아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삼성중공업이 중대형 원유운반선을 더 많이 수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사장은 중대형 원유운반선 수주를 통해 삼성중공업의 수주물량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스크러버(선박용 황산화물 세정장치)의 가동이 금지된다. 때문에 새로 발주될 중대형 원유운반선은 LNG추진선으로 발주될 가능성이 크다.
LNG추진선은 동급의 석유연료추진선보다 건조가격이 비싼 고부가선박이다.
LNG를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추진엔진은 일반 석유연료추진엔진보다 가격이 비싸다. 게다가 선박이 LNG추진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석유연료 추진선보다 진보된 연료추진체계 설계가 필요해 선박 건조가격에 설계비용의 프리미엄까지 붙는다.
삼성중공업은 수주잔고에 LNG추진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을 14척 보유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조선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주 선박 수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계 전통의 고부가선박인 LNG운반선 수주시장에서도 이미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지난해는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53척 가운데 19척을 수주했다.
올해 정 사장은 삼성중공업의 기존 먹거리인 LNG운반선에 LNG추진선의 수주이력까지 더해 LNG선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의 흑자전환을 위해서는 수주잔고를 수익성 좋은 LNG선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소의 생산 과정을 디지털 기술로 최적화해 원가를 낮추는 ‘스마트SHI’ 운동과 함께 상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원가율을 100% 아래로 낮춰 이익을 내는 수준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5~2019년까지 5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냈으며 2020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7690억 원을 낸 만큼 6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삼성중공업의 2020년 실적에는 재고 드릴십의 평가가치 하락과 해양플랜트 관련 일회성 비용 등 실제 현금흐름과 관련 없는 손실이 끼어 있다. 그러나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일회성 비용을 제거하더라도 삼성중공업의 2020년 영업이익률이 –3.5%일 것으로 추산했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 <삼성중공업>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은 원가에서 재료비 등 개입 여지가 적은 항목의 비중이 크고 생산 과정에서 줄일 수 있는 비용에도 한계가 있다”며 “조선사의 실적 개선은 결국 수주잔고의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수주잔고에서 일회성비용의 리스크가 큰 해양플랜트는 비중이 2018년 29%에서 2019년 28%, 2020년 11월 말 기준 23%로 줄었다. 같은 기간 LNG선의 비중은 26%, 34%, 43%로 오히려 늘었다.
정 사장이 삼성중공업의 적자 햇수를 더 늘리지 않으려면 수주잔고의 질이 개선되는 지금의 흐름에 더욱 고삐를 잡아당겨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4일 정 사장은 삼성중공업에서의 첫 신년사를 통해 ‘최적화된 조선소’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LNG선의 수주 경쟁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신년사에서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선박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LNG선 관련 핵심공정의 기술자립이 필요하다”며 “외부 변화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의 혁신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조선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