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새해에도 금융권의 위기와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디지털혁신 경쟁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 3기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윤 회장은 연말 계열사 사장단인사에서 안정에 방점을 찍으며 현경영진을 향한 신뢰를 보냈다. KB증권의 라임펀드 징계 이슈 정도를 제외하면 윤 회장에게 2020년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한 해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마찬가지다. 계열사 사장단이 대거 연임된 것은 물론 임기도 2년을 보장받았다. 조용병 회장이 전쟁에 장수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데 ‘긴 전쟁’을 염두에 둔 용인술인 셈이다.
◆ KB금융그룹, 윤종규 3기 진용 갖추고 본격 시작
- KB금융그룹 연말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지주 부회장직이 부활된 것이다. 윤종규 회장은 똑똑하고 부지런하다는 뜻으로 ‘똑부’라는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로 대부분의 사안을 직접 꼼꼼히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금융지주 회장 재연임에 성공한 뒤 부회장을 둘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 있었다.
- 양종희 부회장은 보험·글로벌 사업 총괄을 맡게 됐다. 푸르덴셜생명을 KB금융그룹 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KB손해보험, KB생명보험으로 이어지는 보험계열사의 시너지를 내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확대되는 계열사의 글로벌사업 조율도 양 부회장이 맡게 된다.
-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윤종규 회장이 금융당국과 불편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여전한 신뢰를 보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월6일 정례회의에서 박 사장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기존 문책경고에서 수위가 낮아진다면 박 사장으로서 연임 임기의 첫 발을 가볍게 뗄 수 있게 된다.
- KB국민은행은 1월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 은행권 가운데 최초로 가상자산 금융서비스에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장기적으로 유무형의 자산들이 디지털화되면 이들 자산의 안전한 보관과 거래,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수요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KB국민은행은 공공분야 전자서명 시범사업 최종사업자에도 뽑혀 1월부터 사설인증서인 'KB모바일인증서'를 선보인다.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게 되는 만큼 KB금융그룹이 고객 확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는 1월 말 마이데이터사업 본허가를 무리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 허정수 KB생명 대표이사가 예상을 깨고 연임에 성공한 것을 놓고 푸르덴셜생명과 합병을 염두해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인수후통합 작업에 전문성을 지닌 허 사장이 푸르덴셜생명과 통합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독립체제로 운영하면서 시간을 두고 통합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최근 영업조직을 대거 개편하고 본사 인원과 관련해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는데 KB생명과 통합을 앞둔 조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믿을맨’과 함께 멀리 간다
- 신한금융그룹에서 기존에 일반적이던 ‘2+1년’ 형태의 자회사 사장단 임기체계가 변화하고 있다. 2년 임기를 마친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4년 임기를 보낸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모두 2년 연임을 결정지은 만큼 내년부터 당분간 연임과 관련한 압박을 받지 않고 긴 호흡으로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례적으로 주요 사장단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실시한 것은 결국 내년부터 추진될 신한금융그룹 새 중장기 경영목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 조용병 회장은 취임 때 내걸었던 경영목표 ‘2020 스마트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평가한 뒤 2023년까지 추진할 새 경영목표를 내년 초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중장기 경영목표를 추진하는 데 믿고 맡길 수 있는 핵심 계열사 사장단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2년 임기를 보장한 뒤 목표 달성에 함께 힘을 싣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 조용병 회장은 사업적 측면 뿐 아니라 신한금융지주의 주가부양 측면에서도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역사상 가장 저평가되고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올 정도로 다른 금융지주회사 대비 주가 흐름이 부진한 편인데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신한금융지주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 사모펀드 주주들의 요구와 금감원 압박 사이에서 조 회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 신한금융투자는 라임펀드 폭풍을 호되게 겪은 뒤 소비자 보호 강화에도 계속 힘을 쏟고 있다. 이영창 사장이 취임한 뒤 투자자 보상안, 금융상품 판매의 모든 과정 개편, 소비자 보호 오피서제도 도입 등 소비자 보호 강화에 힘을 기울여왔다. 연말 조직개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금융상품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상품관리부를 신설했고 각 부서에 나누어져 있던 사후관리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운영위험관리팀도 신설해 금융상품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시스템상 위험요인 점검과 관리방안을 수립하도록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