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기아차는 2021년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빠른 변화가 예상되는 계열사로 꼽힌다.
기아차는 우선 내년에 회사이름에서 ‘자동차(MOTORS)’를 빼고 ‘기아(KIA)’로 새 출발한다.
미래차시대 모빌리티서비스시장 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인데 최근 내는 보도자료에서 이미 ‘기아 브랜드’라는 표현을 쓰며 회사이름 변화를 예고했다.
기아차는 회사이름 변경과 함께 엠블럼도 바꾼다. 기존 타원 안에 알파벳 KIA가 적힌 형태에서 새로운 폰트를 적용한 레터링(시각적 효과를 고려한 문자도안) 방식으로 바꿔 미래적 이미지를 더한다.
기아차는 현재 서울 양재동 본사 간판에 달린 'KIA MOTORS' 회사이름과 엠블럼을 떼어내고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기아차 변화의 중심에는 송 사장이 있다.
송 사장은 3월 수시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기아차 대표에 내정된 뒤 6월 주총에서 대표에 올랐다.
기아차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 정의선 회장이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현대차그룹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한 뒤 기아차 대표를 발탁한 것은 송 사장이 처음이다.
송 사장은 기아차 프랑스 판매법인장, 수출기획실장, 유럽법인장 등을 지내며 기아차의 유럽시장 판매 확대를 이끈 영업전문가로 꼽힌다.
정 회장은 전임 사장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도 송 사장을 승진해 발탁하며 신뢰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국내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인사로 평가됐는데 송 사장은 취임 뒤 전기차와 모빌리티서비스, 목적기반 모빌리티(PAV) 등 미래사업 전략을 새로 제시하는 등 무엇보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에 힘을 실었다.
기아차가 송 사장체제에서 강도 높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미래 모빌리티뿐 아니라 내연기관차 전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송 사장은 7월 미국에서 신형 K5를 출시했는데 그동안 쓰던 이름인 옵티마를 버리고 국내와 같은 이름인 K5로 선보였다. 내년에는 국내에서 K7 이름 대신 K8로 신형 K7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 사장의 변화 시도는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는 코로나19에도 올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판매실적을 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해외시장 선방한 데는 기아차 역할이 크다. 기아차는 코로나19에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시장에서 하락폭을 최대한 방어하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확대를 이끌었다.
기아차는 특히 유럽시장에서 올해(11월 누적 기준)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를 제치기도 했다. 기아차는 1~11월 유럽에서 3.6%의 점유율을 보였다. 현대차보다 0.1%포인트 높은 것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는 0.4%포인트 올랐다.
유럽은 자동차 선진국이 즐비해 완성차업체의 글로벌 각축장으로 평가된다. 올해 유럽에서 점유율을 늘린 완성차 브랜드는 기아차를 포함해 아우디, BMW, 토요타, 메르세데스 벤츠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기아차가 올해 유럽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린 데는 전기차 판매 확대가 한몫했는데 유럽은 내년에도 보조금과 인프라 확대 등 각국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아자동차가 2027년까지 출시할 전용 전기차 7개 모델의 스케치 이미지.
기아차는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 CV(프로젝트명)를 내놓는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시장 강자로 도약을 노리는데 회사이름과 엠블럼 교체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 전략은 사업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는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만큼 안전성이 더욱 강조돼 소비자 선택에 브랜드 이미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송 사장은 최근 취임 뒤 처음으로 조직개편을 시행했는데 여기서도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향한 의지를 보였다.
송 사장은 마케팅과 고객채널 서비스로 이원화돼 있던 기존 고객경험본부 조직을 고객의 사용경험 단계에 따라 고객구매경험사업부, 오너십경험사업부, 브랜드전략실, 고객경험기획실 등 4개의 조직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브랜드전략실과 고객경험기획실 등 2개 조직에 브랜드 관련 업무를 맡겼다.
브랜드전략실은 고객과 접점에서 브랜드 전략, 고객경험기획실은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각각 책임진다.
송 사장은 조직개편을 알리며 “전기차시대에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순간, 차량에 머무는 시간, 차를 충전하고 주차를 하는 생활까지 고객과 다양한 접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기아차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 고객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