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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 심상치 않아, 한국조선해양 실적에 타격 가장 커 시름 깊어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12-23 14: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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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들이 원/달러 환율 약세로 실적을 놓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존의 공격적 외환거래 전략에 따른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속이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달러 약세 심상치 않아, 한국조선해양 실적에 타격 가장 커 시름 깊어
▲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2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힘든 수준의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

무역협회가 11월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환율 손익분기점은 1달러당 1133원이다. 이날 환율은 1106.6원으로 시작했다.

환율이 1133원을 넘은 것은 11월4일이 마지막이며 12월 들어서는 1100원 선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올해 최고점인 3월19일의 1280원과 비교하면 200원에 가까운 낙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적극적 양적완화정책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이런 달러 약세는 앞으로도 유지될 공산이 크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미국 상·하원에서 8920억 달러(1천조 원가량)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통과되기도 했다.

국내조선사들은 수출비중이 높고 모든 계약을 달러로 체결하는 만큼 달러 약세는 이익을 내는 데 불리하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의 최고재무책임자 가운데 한국조선해양의 조영철 실장이 환율과 관련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3사 가운데 파생상품을 활용한 환 헤지(위험 회피)전략을 가장 공격적으로 짜는 조선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모든 외환거래를 고정된 선물가격에 맞춰 체결하는 100% 헤지 방식을 따르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외환거래 가운데 자재 대금 20%를 제외한 나머지를 헤지한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외환거래의 60%만을 헤지한다.

조 실장의 외환거래 전략은 한국조선해양이 달러 강세에 가장 많은 환차익을 내고 달러 약세에 가장 많은 환차손을 보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당장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해서 조 실장이 한국조선해양의 외환거래 전략을 수정하기도 쉽지 않다.

조선사의 외환거래 전략 변화는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나타는 시점이 멀리 있다. 조 실장은 환율의 장기적 전망에 기반을 두고 한국조선해양의 외환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선박시장은 발주처가 조선사보다 우위에 있는 시장으로 ‘헤비테일 계약(Heavy-Tail,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할 때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할 때 잔금을 많이 받는 방식)’이 체결된다. 선박을 건조하는 동안 아직 받지 못한 잔금은 매출채권으로 조선사 재무제표에 기록된다.

선박 1척을 건조하는 데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을 기준으로 금액은 1억9천만 달러가량, 시간은 2~3년이 걸린다.

이런 산업 특성상 조선업은 매출채권의 규모가 크고 선박 건조기간도 장기간인 만큼 채권의 회수기간도 길다. 한국조선해양도 2020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장·단기를 합쳐 매출채권을 1조4841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조 실장이 섣불리 외환거래의 헤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가 내년 환율이 다시 오르기라도 하면 한국조선해양이 매출채권의 회수를 통해 낼 수 있는 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조 실장은 2019년 한국조선해양이 과거 낮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면서도 영업이익 2902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한국조선해양은 달러 강세와 공격적 외환거래 전략이 맞물려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한 모든 분기에 환율 효과를 봤다고 콘퍼런스콜을 통해 실적 호조의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도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2553억 원을 냈다. 그런데 최근의 환율 급락은 이 이익을 모두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3분기까지 영업흑자를 이어왔지만 환율 급락에 따른 4분기 실적 악화로 올해 흑자 달성도 불투명해졌다”며 “최선의 재무전략을 마련해 경영환경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1961년 태어나 고려대학교를 나와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오일뱅크 경영지원본부장,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장 등을 거쳤다.

현재는 부사장으로 한국조선해양의 경영지원실장과 최고재무책임자를 겸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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