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밝히면서 이제 공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넘어왔다.
김종인 위원장은 일단
안철수 대표을 두고 '무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에서 “앞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험난할 것”이라며 “그럴 때마다 범야권의 모든 분들은 ‘또다시 민주당에 서울시를 맡길 것인가’ 이것 하나만 생각하자”고 말했다.
전날 서울시장선거 출마 선언과 관련해 '야권후보 단일화'을 명분으로 국민의힘의 답변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날 안 대표 출마에 대해 말을 아끼며 일종의 무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긴급 비대위에서 “안 대표도 나왔고 이제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되는데 우리는 우리의 것을 잘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대한 안 대표에 반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당내 일각에선 안 대표와 내미는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야권연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4선 의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로 선회한 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라며 “반문연대, 야권연대. 나아가서 야권통합 이것이 단순하게 내년도 서울, 부산시장선거만이 아니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 터닝포인트가 내년 4월에 재보궐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연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야권후보 단일화로 크게 세 가지 방법이 거명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 경선을 함께 치르는 방식을 선호한다. 김 위원장은 그 동안 “야권에 국민의힘 말고 뭐가 더 있나”,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된다”고 말하는 등 꾸준히 국민의힘 주도의 후보자 선출방식을 내걸었다.
하지만 안 대표이 국민의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그는 국민의당이라는 당의 대표인데,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 '여러 후보 가운데 하나'로 지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현재의 상황으로 봤을 때 (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은)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한 뒤 후보 경선을 치르는 방식도 문제다. 당 통합이라면 지분 논의가 따라야 할 텐데
김종인 비대위원장로서는 그동안 서울시장선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문제는 범야권 주자가 함께 통합 경선을 치르거나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이른바 '시민 경선'을 치러야될 경우다.
국민의힘 일부와 안 대표 쪽은 2011년 민주당이 참여했던 박영선-박원순 '시민경선'을 전례로 제시하면서 이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럴 경우 만약 안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를 이기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국민의힘은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103석의 제1 야당이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하면서, 자칫
김종인 비대위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
김종인 위원장으로선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1차 흥행에 성공해야 이런 상황을 피할 힘이 생긴다. 당내 경선에 흥행에 실패할 경우 야권 지지자들의 눈이
안철수 대표로 향할 것이 때문이다.
당장의 당내 여론은 김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당내 인사들 위주로 국민의힘 주도의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비교적 강하게 나오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파괴력이 예전만 못하고 지지율과 의석 수에서 두 당의 차이라 현격한 덕분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했을 때 야권 후보 단일화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 큰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의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8년 서울시장선거도 안 대표의 독자출마가 보수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한 전례가 있다.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52.79%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후보가 23.34%, 바른미래당 후보였던 안 대표가 19.55%로 보수 유권자의 표를 나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103석 국민의힘이 미스터트롯 방식의 인물 발굴에 나서면 당의 후보가 국민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며 “그 상황에서 안 대표가 여전히 의미 있는 후보로 남아 있다면 그때 범야권 후보 경선판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당장은 급할 게 없다는 이야기다.
여당은
안철수 대표발 야권연대 움직임을 두고 그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의미를 깎아내렸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옛말이 된 ‘
안철수 현상’이 없다는 것을
안철수만 모른다는 것이
안철수의 비극”이라며 “안 대표는 세상이 여전히
안철수 중심으로 돈다는 ‘안동설’에 취해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