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엠트론이 지난 3년 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올해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LS그룹 다음 회장후보로 거명되는데 경영능력에 관한 의구심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S엠트론은 사출기 등 특수목적용 기계와 전자부품 생산지를 이전하는 등 구조적 개선을 감행한 성과가 올해 가시화되고 있다.
LS엠트론은 2020년 1분기에 7분기 만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로 해외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올린 값진 성과로 평가됐다.
그 뒤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영업이익 16억 원, 61억 원을 내며 실적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LS엠트론은 그동안 LS전선, LS일렉트릭 등 탄탄대로를 걷는 계열사들 사이에서 지주회사 LS의 실적을 끌어내리는 ‘미운 오리새끼’였는데 3분기에는 LS의 좋은 실적에 크게 한몫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S는 3분기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주역은 LS엠트론과 LS아이앤디로 꼽을 수 있다”며 “농기계사업은 하반기가 비수기인 점을 고려해 LS엠트론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해외법인의 선전으로 흑자를 낸 덕분에 LS가 기대이상의 실적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LS엠트론이 한계사업으로 여겨지던 기계사업에서 체질 개선 성과가 나타나면서 모회사 LS의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완화됐다”고 바라봤다.
구자은 회장에게 LS엠트론 실적 회복의 의미는 각별하다.
LS엠트론은 LS그룹 오너일가인 구 회장이 처음으로 독자경영을 맡은 계열사다. 구 회장은 LS그룹 1세대 오너일가인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구 회장은 LS전선, LS니꼬동제련 등 그룹 계열사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4년 12월 LS엠트론으로 자리를 옮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 뒤 2018년 LS엠트론 회장으로 승진하며 LS그룹 다음 회장후보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LS엠트론은 구 회장에게 그룹 총수로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한 셈이다.
구 회장은 2017년 LS엠트론 동박·박막사업부를 정리하고 트랙터·사출기 등 기계전문 회사로 전환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주도했다.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한 동박·박막사업을 정리하고 트랙터를 중심으로 한 핵심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반면 농업 종사자는 줄어들고 있어 농업의 기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데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 트랙터시장 규모가 2023년 12억 달러, 2050년에는 45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구 회장은 2018년 3월 LS엠트론 자동차부품사업부도 물적분할해 지분 80.1%를 매각했다.
이를 놓고 구 회장은 “4차산업혁명 등에 급변하는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우리의 강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발전방향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기술 혁신과 글로벌 공략을 지속해 LS엠트론을 기계산업의 강자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구조 변경 이후 LS엠트론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LS엠트론은 2017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9294억 원, 영업이익 128억 원 냈다. 2016년보다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87% 급감했다,
2018년에는 영업손실 176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고 2019년에는 영업손실 805억 원을 내며 적자폭이 늘어났다.
구 회장은 이미 성숙단계인 국내 농업시장을 벗어나 세계 최대 농기계시장인 북미와 신흥시장인 동남아시아, 중국,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에 능숙하고 영업능력도 뛰어나 그룹 주요 계열사들에서 주로 해외 영업망 관리를 담당했던 솜씨를 살렸다.
이에 힘입어 LS엠트론은 2019년 기준 해외매출 비중이 60%에 가까운 기업이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동박·박막사업 정리 등으로 트랙터 등 기계사업 매출에 의존도가 높아진 점이 LS엠트론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구 회장은 경영성과를 놓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구 회장이 지주회사 LS 미래혁신단장을 겸직하면서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경영활동을 늘려가고 있지만 LS엠트론 실적은 구 회장으로서는 지니는 상징성이 컸다.
그런 LS엠트론이 3년 동안 부진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구 회장도 다음 회장으로 가는 길에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LS그룹은 사촌끼리 번걸아 그룹을 경영하는 ‘사촌경영’을 하고 있는데
구자은 회장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이을 다음 회장후보 1순위로 꼽힌다.
이에 앞서 구자홍 회장이 10년 동안 그룹을 경영한 뒤 2013년 사촌동생
구자열 회장에게 아무런 잡음 없이 경영권을 승계한 점을 미뤄보면
구자은 회장은 2022~2023년경 LS그룹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LS그룹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LG그룹에서 분리해 설립했다. LS그룹 오너일가는 그룹을 만들 때부터 ‘파트너십 경영’에 뜻을 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