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하나자산신탁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바탕으로 실적 증가를 이끌고 있는데 하나금융지주의 부동산금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대표이사 사장.
9일 하나자산신탁에 따르면 이 사장이 발 빠르게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으로 눈을 돌린 성과가 순이익 증가로 돌아오고 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신탁회사가 건설 현장의 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부담하는 관리형 토지신탁상품이다.
공사기간에 시공사가 부도나면 신탁사가 채무를 대신 갚거나 새 시공사를 찾아야 하고 준공기한 이후 건설이 끝나지 않았을 때 금융비용 등도 대야 하는 의무를 진다. 일반 관리형 토지신탁보다 수수료율이 높아 수익성 좋은 상품으로 꼽힌다.
사업비 조달의무를 지는 차입형 토지신탁보다 위험부담은 적다.
이 사장은 2017년부터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을 줄이고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9월 말 기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2조423억 원이다. 2017년 말 6756억 원, 2018년 말 1조5102억 원, 2019년 말 1조8630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9월 말 8884억 원으로 2017년 말(8977억 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에서 거둔 수수료수익은 2020년 9월 말 기준 603억 원에 이른다. 2017년 말 57억 원, 2018년 말 265억 원, 2019년 905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수료수익은 2017년 말 184억 원에서 2020년 9월 말 113억 원으로 줄었다.
9월 말 기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건수는 104건, 올해 신규건수는 24건이다. 차입형 토지신탁건수는 31건, 신규건수 5건에 그친다.
보통 부동산 개발사업은 3~4년 정도 걸리는데 신탁사는 공사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첫 해 15~20%, 2년차에 30%, 3년차에 30%, 마지막 해에 나머지를 수익으로 인식한다.
2017년부터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수탁고를 쌓았던 효과가 2019년에 이어 2020년 순이익 증가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하나자산신탁은 지난해 순이익 657억 원을 내며 2016년에 거둔 역대 최대 순이익 614억 원을 넘었다. 올해 3분기까지 656억 원을 거두며 다시 한번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올해 순이익 800억 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을 바탕으로 실적 증가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내년 인사에서 교체보다는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이 사장체제에서 하나자산신탁은 하나금융지주 비은행부문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캐피탈, 하나카드에 이어 5번째를 차지했다.
하나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비은행부문에서 순이익 6600억 원을 냈는데 하나자산신탁이 10%가량을 책임진 셈이다. 전체 순이익에서는 3% 정도를 기여했다.
이 사장은 하나금융지주의 부동산금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점도 연임에 힘을 실어준다.
이 사장은 지주 안에서 부동산금융협의회 의장과 부동산평가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부동산금융협의회는 지주 차원의 부동산금융 전략을 세우고 계열사 협업을 이끄는 조직이다. 부동산평가위원회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분 투자 등의 사업성을 분석하는 자문기구다.
이 사장은 하나금융지주 안에서 부동산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하나은행 부동산금융팀장을 거쳐 2010년 하나자산신탁 전신인 하나다올신탁 부사장에 올랐다. 2013년 3월부터 하나자산신탁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보통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의 임기가 2년에서 3년인 점을 고려하면 8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점만으로도 이 사장이 하나금융지주 안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장은 2013년 3월부터 1년씩 대표이사를 연임하고 있다.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17일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