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이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신세계의 지분을 추가로 증여받으며 책임경영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문 부사장은 ‘사위 경영인’으로서 입지가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 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 겸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 부사장은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이끌며 신세계의 유통업과 연계할 수 있는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7월에 출범한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의 첫 번째 벤처캐피탈(CVC)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50%, 신세계백화점이 30%, 신세계센트럴시티가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설립되자마자 패션 쇼핑 애플리케이션 ‘에이블리’의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30억 원을 투자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는 이커머스와 정보통신(IT) 기술 등으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대기업들의 벤처캐피탈을 통한 스타트업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엑셀러레이터, CJ그룹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을 세웠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하는 벤처캐피탈사업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그룹의 미래사업을 발굴하는 것이어서 문 부사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문 부사장은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SK텔레콤 전략기획실, 소프트뱅크 벤처스코리아 투자기획 차장 등으로 일했다. 2001년 초등학교 동창인 정 총괄사장과 결혼한 뒤 2004년부터 신세계그룹에 몸담고 있다.
문 부사장은 2014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을 맡고 있는데 향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중심으로 패션, 뷰티분야에서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9월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받아 신세계 지분율이 18.6%로 확대되는 등 책임경영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 부사장이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와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것도 역할 강화를 위한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 부사장은 오래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직접 챙겼다”며 “아내인
정유경 총괄사장과 마찬가지로 언론노출이 거의 없지만 그룹 내에서는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전략적 사고에 능하며 추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 부사장과 같은 ‘사위 경영인’들은 재계에 여럿 있다.
사위 경영인으로 성공한 대표적 인물로는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등이 꼽힌다.
정 부회장은 198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딸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부문장과 결혼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너일가가 됐다.
정 부회장은 2003년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슈퍼콘서트 등 다양한 마케팅 시도, 복장과 출퇴근시간 자율화 등 기업문화 조성을 통해 현대카드를 업계 상위권으로 키우며 성공한 사위 경영인으로 꼽히고있다.
담 회장도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결혼하며 재계에 입성했고 2001년부터 오리온그룹을 이끌며 중국사업을 크게 키우는 등 좋은 성과를 냈다.
다만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오너리스크를 키웠고 그 결과 2013년 부인 이화경 부회장과 함께 오리온 등기이사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안용찬 전 애경그룹 부회장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로 7년 동안 제주항공의 성장을 이끌며 성공한 사위 경영인이란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2018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들과 달리 실패한 사위 경영인도 있다.
현채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사위 총수'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30년도 안돼 동양그룹은 파산했다. 동양그룹은 한때 재계서열 38위까지 올랐으나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재벌가 사위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의 전 남편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범삼성가의 사위라는 점에서 문성욱 부사장과 자주 비교되곤 했다. 하지만 임 전 고문은
이부진 사장과 이혼하며 하루 아침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