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대 영업정지에 이르는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을 위반한 회사에 제재와 함께 벌점을 부과한다. 누적 벌점이 5점 이상인 회사의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10점 이상이면 관련 부처에 해당 회사의 영업정지를 요청한다.
이에 앞서 29일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대우조선해양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53억 원을 내리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제재만으로 합계 10.1점의 벌점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시정명령 2점, 과징금 3점, 검찰 고발 5.1점으로 영업정지 요청대상이다.
다만 공정위의 벌점제도에는 하도급법 관련 우수사업자에 주어지는 표창이나 관련 교육의 이수 등 벌점 감경사유가 존재한다.
이성근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감경사유를 최대한 모아 벌점을 낮추려 시도하고 행정소송을 통해 벌점에 따른 제재가 발효되는 시점을 늦추는 등 시간을 지연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이 방식으로 2018년 12월에 내려진 시정명령과 과징금 108억 원, 검찰 고발조치의 발효를 막아놓고 있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의 행정소송이 이번에도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제재를 제외해도 누적 벌점이 10.75점으로 추산된다.
이에 앞서 10월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의 벌점 합계가 최대 20점을 넘어 공공입찰 참가 제한은 물론이고 영업정지도 불가피해 보인다”며 “혈세를 10조 원 이상 들여 살려놓은 대우조선해양이 하도급 갑횡포를 일삼고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법 위반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만큼 이 사장이 이번 제재를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이 사장의 대우조선해양 특수선부문 육성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에서 현대중공업과 대형 군함류의 수주를 양분하는 특수선의 강자다.
2011년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잠수함 3척을 정상 인도한 뒤 2019년 인도네시아에서 잠수함 3척을 추가로 수주하는 등 특수선의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정지 가능성이 현실화한다면 당장 수주잔고에 있는 인도네시아 잠수함 3척의 건조와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장보고 Batch-Ⅲ사업의 잠수함 선도함 건조공사부터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군함은 각 나라 정부의 국방정책에 따라 발주되는 만큼 납기 신뢰를 상실한다면 이후 수주전에서 큰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수주도 문제다.
대우조선해양은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기본설계사업에서 현대중공업과 수주를 놓고 다투고 있다.
영국 국방부가 발주를 준비하는 항공모함 지원함(FSS) 3척, 인도 국방인수위원회가 발주하려는 잠수함 6척의 수주전에도 각각 참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영업정치조치가 내려진다면 이 사장으로서는 3개 수주전에서 모두 발을 빼야 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정지를 피하더라도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된다면 한동안 차기 구축함 이후 방위사업청이 발주할 군함의 수주를 시도할 수 없게 된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건조하는 선박을 기존의 주력 선박 일변도에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수선부문을 앞으로 회사를 끌어갈 주역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잠수함 건조에 능숙하다는 대우조선해양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1월 거제 옥포조선소에 잠수함 상·하가설비(Ship Lift, 잠수함 선체를 들어올리는 설비)를 새롭게 확충하기도 했다.
결국 이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육성계획을 무사히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이번 공정위 제재를 피할 수 있을지에 달린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며 “공정위로부터 정식으로 의결서를 받은 뒤 내부적으로 벌점 감경사유 제출 등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