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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플랜트 조직축소 뚜렷, 인프라로 해외수주 다변화 시급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0-11-29 14: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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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가 플랜트부문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조직을 축소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플랜트부문의 핵심인 해외수주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움직임을 감안하면 조직 축소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건설사, 플랜트부문 규모 계속 줄여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최근 플랜트부문 일부 엔지니어 인력에게 직무전환 배치를 통보했다.
 
대형건설사 플랜트 조직축소 뚜렷, 인프라로 해외수주 다변화 시급
▲ 해외 석유화학 플랜트 공장 모습.

대우건설은 이들에게 곧 정식으로 인사발령을 한 뒤 직무교육을 실시한다는 정도만 구두로 통보했다.

대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직무전환 배치를 통보받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기존 설계 업무와 관련성이 적은 품질·안전책임자로 일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이 플랜트 엔지니어 일부의 직무를 전환해 배치하려는 것은 최근 실시한 조직개편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우건설은 27일자로 기존 석유화학사업실과 발전사업실, 원자력사업실 등 3개 실을 플랜트사업실과 플랜트견적실로 재편했다.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응한 조직개편이라고 대우건설은 설명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불투명한 사업환경을 감안해 조직을 미리 축소했다는 시각도 있다.

플랜트부문의 규모가 줄어드는 곳은 대우건설뿐만이 아니다.

GS건설도 이미 플랜트부문 조직개편을 통해 관련 인력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GS건설 플랜트부문에서 11월 셋째주에 공유된 메일을 보면 “11월 말부터 12월, 2021년 1분기까지 (인력) 전환배치가 계속된다”며 “수주매출 급감에 따른 본사조직의 TO를 대폭 삭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적혀 있다.

GS건설은 이미 5월부터 플랜트 엔지니어들을 주택과 재경 등 기존 업무와 관련이 적은 사업부로 직무전환을 추진해왔다. 플랜트부문 인력 전환배치를 뼈대로 하는 추가 조직개편은 애초 27일경 진행될 것으로 공지됐으나 이르면 30일에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 해외 플랜트시장 전망 어둡다, “수주전략 다변화 필요” 목소리도

대형건설사의 플랜트부문 인력 축소 움직임은 해외 플랜트시장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국내 대형건설사의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국가에서 계획했던 프로젝트들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제때 진행되지 않으면서 일감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발주 국가의 재정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 발주금액도 올해 2분기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주요 대형 프로젝트의 최근 업데이트가 부재하고 일부 프로젝트는 기본설계(FEED)가 중단되기도 하는 등 발주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위축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중동과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올해 3분기에 발주된 공사금액은 모두 139억 달러로 지난해 3분기보다 67.8% 줄었다.

국내 대형건설사의 플랜트부문 영업환경이 어렵다는 점은 다른 데이터에서도 증명된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2010~2014년만 하더라도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연간 평균 463억 달러의 일감을 따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급락한 2015년부터 해외 플랜트 수주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2016년부터는 연간 100억 달러대 신규수주에 머물고 있다.

올해는 현재까지 해외에서 172억 달러의 일감을 따냈는데 이는 2010년 초기 5개년 성과와 비교해 37%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대형건설사들이 플랜트부문 호황기 때 관련 인력을 대거 채용했으나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대폭 줄어든 만큼 관련 인력을 전환배치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외 플랜트 수주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는 점도 플랜트부문의 위기를 심화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와 협력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담당 사업부 검토를 모두 통과한 뒤 최고위 경영진에게 보고된 해외 플랜트 수주 프로젝트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최종 단계에서 탈락되는 사례가 2016년 이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호황기 때인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가지 않는 이상 플랜트부문 인력은 당분간 회사 내 ‘잉여인력’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이상 인력 전환배치를 통해 플랜트부문의 효율적 운용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가 해외 수주전략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8월 말 공개한 보고서에서 “석유화학 등 플랜트분야 매출이 줄어들고 있으나 교통 등 인프라 관련 매출은 커지고 있어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며 “플랜트 중심의 수주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인프라분야에 대한 더욱 적극적 공략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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