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정몽구 현대차그릅 회장이 2009년 3월11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신형 에쿠스(EQUUS) 신차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현대차가 제네시스 EQ900을 선보이면서 국내에서 ‘회장님 차’로 군림했던 에쿠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에쿠스는 그랜저와 다이너스티를 잇는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국내에서 17년 동안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 국산차 역사 새로 쓴 에쿠스
현대차는 1999년 1세대 에쿠스를 출시했다. 수입차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에쿠스를 개발한 것이다.
1세대 에쿠스는 국산차의 역사를 새로 썼다. 가장 큰 차체와 최대 배기량을 갖춘 것은 물론 가격도 월등히 비쌌다.
배기량 4500cc 리무진 모델의 경우 총길이가 5335mm로 이전까지 가장 길었던 현대차 다이너스티 리무진 모델보다 205mm나 길었다.
에쿠스는 이전까지 가장 비쌌던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가격보다 2배 가까이 비쌌다.
개발기간과 개발비용도 국내 최고기록을 세웠다. 현대차는 1994년 에쿠스 개발에 착수해 4년7개월을 투입했다.
개발비용도 5200억 원을 들여 승용차의 개발비가 3천억 원을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돈을 썼다.
현대차는 에쿠스에 독자 엠블럼을 장착하고 에쿠스 고객을 별도로 관리하는 등 차별화에도 힘썼다.
정몽구 회장은 매번 에쿠스의 신차발표회를 직접 챙겼고 이 자리에 국무총리 등 국내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1999년 4월 열린 1세대 에쿠스 신차발표회 때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85세의 나이에도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인사말을 통해 “에쿠스 출시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세대 에쿠스는 출시 20여일 만에 1천 대 가까이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 뒤 2008년 12월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국내에서만 모두 11만 대 판매됐다.
현대차는 2009년 2세대 에쿠스를 선보였다. 2세대 에쿠스 역시 높은 인기를 누리며 2011년까지 매년 1만 대 이상 팔렸다.
현대차는 2세대 에쿠스를 해외에 내놓으며 고급차시장을 노렸다. 정 회장은 에쿠스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에쿠스를 통해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쿠스는 북미나 유럽 등 해외 주요시장에서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미국에서 기존 제네시스가 2만 대 넘게 팔린 반면 에쿠스는 1900여 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 그랜저, 현대차 플래그십의 시작
에쿠스 이전에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은 그랜저다.
현대차는 1986년 일본 미쓰비시와 손잡고 개발한 1세대 그랜저를 내놓았다. 1세대 그랜저는 1986년 7월 당시 국내 최대 배기량으로 출시됐다.
|
|
|
▲ 현대차는 2011년 1월 5세대 그랜저를 출시했다. |
1세대 그랜저는 직선 위주의 외관 디자인 탓에 ‘각 그랜저’라고 불렸다. 현재까지도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고위층이 타고 다니는 차로 등장했다.
2세대 그랜저는 1992년 9월 출시됐는데 3500cc 모델도 나왔다. 그 뒤 1998년 그랜저XG, 2005년 그랜저TG를 거쳐 2011년 그랜저HG가 출시됐다.
그랜저는 최고급 세단이라는 예전의 위상은 잃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준대형 세단시장에서 절대강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랜저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7만6천여 대나 팔렸다. 이 기간에 같은 차급인 기아차의 K7이 1만8천여 대 판매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대중적 인기가 훨씬 높은 셈이다.
그랜저는 1980년대만 해도 부의 상징으로 통했으나, 이제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출범과 함께 대중차 브랜드가 된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