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동서발전에 따르면 12월에 열리는 정기이사회부터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관할 수 있도록 근로참관제를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근로참관제는 노동자 대표가 사전에 이사회 안건을 확인하고 의결권 없이 발언권만을 지니는 제도를 말한다.
동서발전은 11월20일에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근로참관제를 시행하기 위해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고 현재 세부 운영기준을 준비 중이다.
양승주 한국동서발전 이사회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발전공기업 최초로 동서발전이 이사회규정을 개정해 참관제를 시행하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수평적 조직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 의장은 “이사회에서 참관인을 통해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에 반영하게 되면 이사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동서발전이 근로참관제를 도입하는 것은 노동이사제의 시행에 앞서 노동자의 경영참여 가능성에 대비해두려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다른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들과 함께 이사회에서 같은 자격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인데 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하지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에도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재계의 거부감이 워낙 커 이른 시간 안에 법안이 처리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 단계로 노사합의로 이사회 운영규정만 바꾸면 가능한 근로참관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7일 ‘10대 경제·노동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금융공기업 및 민간 부분의 도입에 사회적·정책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사관계 현실에 맞지 않으며 경영 효율성 저하 및 노사갈등 심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될 우려가 큰 노동이사제 도입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이 발전공기업 가운데 근로참관제를 가장 먼저 시행하게 됐지만 다른 발전공기업들도 근로참관제를 빠르게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현재 각 공기업에 근로참관제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에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기관 근로참관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으로 공공기관 9곳이 근로참관제를 도입했는데 2020년 8월 기준으로 모두 63곳으로 늘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부와 여당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전 단계로 근로참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노사협의를 통해 근로참관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10월 정기 이사회에서 시범적으로 근로참관제를 시행하고 현재 정식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적 있어 한국전력공사에 근로참관제를 도입할 공산이 크다는 시선도 있다.
김 사장은 8월 페이스북에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번 손들고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다른 발전공기업들에서도 근로참관제의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거나 단체협약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번에 단체협상을 갱신하면서 실무자 차원에서 근로참관제 도입하기로 합의를 했다”며 “이후 이사회 규정을 개정하는 절차를 거치면 근로참관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