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물려받으면 배당금으로 연간 11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20.76%로 약 2조6천억 원어치다. 이 회장은 2018년과 2019년 결산배당으로 1100억 원가량을 받았다.
삼성생명이 12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배당성향을 현재 37%에서 더 늘리기로 알린 만큼 이 회장 지분에 따른 배당금은 더 증가할 수 있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말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0.06% 보유하고 있어 그동안 배당금이 많지 않았는데 1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받는다면 상속세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받은 배당금은 595억 원, 삼성물산에서 받은 배당금은 653억 원이었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에서 받은 배당금은 3억 원가량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지분을 팔지 않고 손에 들고 있으면 삼성전자와 삼성 금융계열사의 영향력을 굳건히 유지하면서 5년 동안 배당금으로 최소 5500억 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상속세 납부를 하는데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5년 동안 배당금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연부연납은 상속세를 신고할 때 6분의 1을 먼저 낸 뒤 5년 동안 나눠 내는 방식이다.
물론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할지 가족들과 나누어 받을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생명 지분을 가족들이 나눠서 상속하면 이 부회장이 손에 쥘 배당금이 줄어들게 되지만 그래도 연간 수백억 원은 확보할 수 있다.
더구나 삼성생명이 배당금을 늘리기로 하면서 이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삼성생명은 2월 2019년 실적발표에서 2023년까지 배당성향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주주환원정책을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 이외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도 배당 확대를 추진하며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이 남긴 삼성 계열사의 지분가치는 모두 18조 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상속세만 10조 원이 넘는다.
그런 점에서 시장에서는 거액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시선이 있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및 삼성 금융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의 지분을 일정부분 매각하더라도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48%를 보유한 삼성물산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해 이 회장을 제외하면 최대주주인데 이 회장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 삼성물산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26.26%까지 낮아진다.
하지만 이마트가 쥐고 있는 5.88% 등 우호지분까지 포함한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지분은 32%가량으로 13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4조3천 억원이 넘는다.
사모펀드 등이 삼성생명 주식 매입에 뛰어들더라도 국내 보험사 가운데 삼성생명의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삼성그룹 경영권을 위협할만큼 주식을 모으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아 전부 매각한다고 하면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쥘 수 있는 금액은 이 회장의 지분가치 2조6천억 원 가운데 약 1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증여액이 30억 원을 넘어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적용받는데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인 만큼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