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20-11-11 16: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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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게임사의 한국 내 대리인 지정이 '막장 운영' 논란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11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의원은 해외게임사의 대리인 지정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주 안에 대표발의한다.
▲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해외 게임사의 '막장 운영'을 사전에 막기 위한 수단으로서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한복 동북공정' 논란이 터지자 국내 서비스 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모바일게임 '샤이닝니키'의 한복 아이템 모습. <샤이닝니키>
이 개정안은 국내에 주소나 사업장을 두지 않은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게임사가 대리인을 따로 지정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해외게임사가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제공하는 행위와 관련해서 동의, 철회, 열람 청구, 정정 요구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해외게임사의 대리인 지정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월에 내놓은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그 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게임사의 게임 운영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지속되자 국회에서 먼저 칼을 뽑아든 셈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각종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현재로서는 해외사업자가 한국 규정을 어겼을 때 규제가 쉽지 않다”며 “국내 게임사의 역차별과 소비자 피해문제를 해결하려면 대리인 지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해외게임사가 한국에서 게임을 직접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과장·선정적 광고나 환불 지연, 게임 내용의 일방적 수정, 국민감정에 어긋나는 행위 등 문제도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샤이닝니키’ 사태가 꼽힌다. 중국 페이퍼게임즈는 최근 한국에서 운영하던 모바일게임 샤이닝니키에서 ‘한복 동북공정’ 논란이 일자 일방적으로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일부 해외게임사들은 한국에서 게임을 유통하면서 실제 게임 내용과는 관련 없는 선정적 광고를 SNS에 집중적으로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현행 게임법상 국내 게임사가 허위·과장광고를 내보내면 사후에 제재를 받을 수 있지만 해외게임사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이 10월 국정감사에서 해외 게임사의 허위광고문제를 지적받자 “해외게임사의 행위를 우리가 통제하기 어렵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해외게임사가 게임서비스를 접으면서 환불 안내를 하지 않는다거나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해외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각종 문제가 잇달아 제기돼 왔다.
해외게임사의 대리인 지정제도가 도입되면 해외게임사가 운영하는 게임에서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대리인이 사업책임자의 업무를 대신 맡게 된다.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IT기업은 한국에서 대리인을 반드시 지정해야 하는 제도가 먼저 도입된 사례도 있다.
해외게임사에게 대리인 지정을 법적으로 강제하면 검열이나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 이후의 선례를 살펴보면 제도의 실효성 자체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운 구글코리아 변호사는 2월 문체부의 게임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특수성이 고려된 규제내용이 국제적 보편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를 해외사업자에게 강제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민주당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송통신위는 정보통신망법 개정 이후 1년6개월 동안 해외 IT사업자의 대리인에게 자료나 시정조치 요구를 1건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해외게임사의 대리인 지정제도가 도입된다면 해외게임사도 게임의 운영문제를 이전보다 신경쓸 수밖에 없다”며 “법적 실효성 논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도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의 선례를 참고해 해외게임사의 대리인 지정제도를 도입할 때 법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충실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