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내실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다른 보험사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꼽히던 보장내용들을 다른 보험사 수준으로 줄이며 손해율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파격적 담보를 내세워 시선을 끌던 메리츠화재가 상품개정을 통해 지급보험금을 줄이는 데 분주하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부각되는 표적항암약물 치료비 특약경쟁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경쟁사보다 보장한도를 높여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쳐왔는데 이를 다시 다른 보험사 수준으로 낮췄다.
메리츠화재는 4일 암보험 가운데 ‘계속 받는 표적항암약물 허가 치료비’ 특약의 한도를 7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상품 출시 3개월 만에 보장한도를 줄인 것을 놓고 결국 보험금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던 것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표적항암약물 치료비 담보의 손해율이 명확하게 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리츠화재가 너무 공격적으로 영업을 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 경쟁사보다 뒤늦게 치아보험 출시하면서 높은 보장금액 내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렸지만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판매를 중단했다. 그 뒤 보험금 지급률 등을 낮춰 상품을 다시 내놨지만 일방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점을 비난받기도 했다.
표적항암약물 치료비 특약의 보험금을 줄인 것 외에도 10월에는 알짜담보로 꼽히던 건강보험의 갑상선질환 수술비 보장금액을 10분의1 수준으로 줄였다.
다른 보험사보다 보장범위가 높던 간병인보험 담보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였다.
메리츠화재가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보장성을 줄이는 것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범 부회장은 올해 들어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비중을 줄이고 전속설계사를 증원하는 등 수익성 중심의 판매전략을 펼쳤다. 전속설계사는 법인보험대리점보다 사업비가 적게 들어 효율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보험상품의 보장성을 축소하는 것도 이런 내실경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보험금 지출이 줄어들면 손해율이 낮아져 수익을 늘리는 데 보탬이 된다.
김 부회장은 2017년부터 장기인보험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외연 확장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장기인보험 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하기도 했다.
다만 외연 확장을 통해 신계약이 늘어난 데 따라 손해율과 사업비율이 높아져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들어 경영전략을 수익성 강화로 돌아섰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과 비교한 설계사수당, 판매촉진비 등 사업비의 비율이다.
메리츠화재의 사업비율은 2017년 22.9%, 2018년 26.6%, 2019년 31.1% 등 꾸준히 상승했다. 손해율도 2017년 80.5%에서 2019년 81.1%로 높아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외형 성장이 충분히 이뤄진 만큼 무리하게 영업을 하기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의 올해 상반기 손해율과 사업비율은 각각 78.6%, 28%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