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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2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주택건설업계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올해 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주택업계 관계자와 취임 후 첫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국토부 장관이 주택 공급과잉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강 장관은 이날 “최근 주택 인허가가 빠르게 늘면서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적정한 수준의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당장 공급과잉 대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 발언이 관련 업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은 ‘부동산 시장의 잔치는 끝났으며 이제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주택공급 물량을 보면 강 장관의 발언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은 60만4340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늘어났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인허가 물량이 7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건설됐던 1990년의 75만 가구 이후 최대치다.
올해 분양물량도 예년의 1.5~2배 수준인 48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용인 등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여전한 가운데 지난해보다 최대 8배의 공급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넘어서고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내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활황세’가 경기가 좋아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9월 말 현재 가계대출은 역대 최고치인 1166조원에 이르고 있다. 반면 3분기 실질가계소득 증가율은 0%에 그쳤다.
주택시장의 ‘봄날’은 빚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와 국내 실물경제가 호전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채 규모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강 장관은 1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과잉 우려도 있고, 일부 지역은 분양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장관의 발언은 주택 공급 과잉을 잘 인정하지 않던 전임 장관들의 태도의 비교된다.
유일호 전 국토부 장관은 퇴임 한달 전인 10월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내년도 주택시장 공급과잉 우려에 대한 질문에 “분양시장에서 미분양 해소가 되는 측면이 있어 엄청난 (주택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공급과잉 우려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국토부의 입장과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주택시장 정상화’ 정책에도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환점을 돈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을 마무리해야 하는 강 장관에게 비교적 자유로운 발언권이 주어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강 장관이 의견을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한 것 같다”며 “정권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지원으로 장관에 오른 강 장관이 최 부총리가 벌여놓은 ‘잔치’를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과잉에 대해 업계가 보는 관점은 강 장관의 시각과 차이점을 보인다.
박창민 한국주택협회 회장은 “올해 주택 공급물량은 규제완화에 따른 수요증가와 이에 따른 시장 수급상의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저금리와 전세가 상승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증가세는 앞으로 시장기능에 의해 자동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공급과잉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집단 중도금 대출 등에 대한 규제가 최근 되살아난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가격 급등기에 도입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데 정부가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